최상호

나는 내가 우리 집 비를 막아 주는

 

큰 나무가 못 되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

 

 

그늘이 넉넉한 후박나무이거나

 

쨍쨍 햇살에도, 펑펑 내리는 눈에도

 

제 몫의 땅을 지키는

 

낙락장송이 못 되어서 언제나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내 옹이만 무성한 가지와

 

자잘한 이파리를 쓰다듬으시며

 

얘야,

 

큰 나무는 큰 뿌리 탓에 집 안에 심을 수

 

없단다

 

우리 집 마당에는 네가 딱 알맞구나 하시며

 

내 작은 그늘에다

 

돗자리 하나를 깔고 누우셨다

 

 

난생 처음으로

 

온 몸이 가뿐해지는 단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