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글  이관성

         

        오천년 세월이 익혀온 너는

        술이 아니고 밥 이었다

         

        농민들이 지치고 피곤할 때

        한잔 술로 피를 돌려 농사를 짓게 했고

        배고픈 서민들이 배고파 허덕일 때

        술지게미로 허기를 면케 해 주었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에도

        지나가든 길손 불러 헤프게 퍼주며

        민족의 끈끈한 정을 나누게 해주던 너

         

        급기야 우리만 즐겨먹기 아쉬워

        웰빙 술로 개발하여 수출하니

        이제는 돈벌이도 해주는구나.

         

        남한산성 주막집에서

        양재기로 너를 마시니

        반세기 전 아랫목에 이불 덮어 묻어둔

        술항아리 그리운 향기가

        솔솔 풀기는 듯하다

         

                   양지 회보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