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외계外界 /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中 -


        음악 : Piazzolla - Oblivion / viollin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