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

  당신을 가두고 선 견고한 벽에

  때로는 낙서처럼 슬쩍  마음을 적다 지우고

  스치듯 가벼운 농담 속에

  깊이 마음을 숨겨야만 합니다

 

  차마 바로 보지 못한 당신의 반쪽 얼굴

  내게 올 어둠을 혼자 가리고 섰던

  그 반쪽 얼굴에 오늘도 내 가슴 무너집니다

 

  당신은 가냘푼 눈매하나로

  어찌 나의 한 세계를 허물었을까요

  아침이면 응답받지 못한 기도가

  하얗게 깔려 조금씩 넓어지던 마당에

  이제는 미움마저 들여놓을 듯 합니다

 

  그리움에 가만히 촛불을 켭니다 당신만이

  내 영혼을 녹일 수 있는 심지를 가졌으니

  사랑이 시작되는 날, 그 아름답던 나무가

  이제는 텅텅 비어 아무것도 고일 수 없지만

 

  내 속엔 아직도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