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찬

비가 오는 날엔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푸르고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린 날에도

구름이 뭉실뭉실 흘러다니는 날에도

바람이 몹시 불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에도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때로는

흐르는 강물 위에

가끔은

스치는 바람 위에

혹은 잠시 걸쳐진 구름과

환한 햇살 위에도

그립고 그리운 제 맘을 새겨요


우표도 붙여본 적 없고

제대로 된

종이와 펜으로 쓰는

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편지는

당신에게 갑니다

날마다 갑니다


바람이 부는 날이거나

비가 내리거나

하늘이 유난히 푸를 때

구름과 강과

찬란한 햇빛을 볼 때마다

내 사랑의 언어는

당신의 가슴에 전해질 겁니다


끊임없이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나의 사랑을

피할 수는 없어요

포기를 모르는 영원한 기다림을

피할 길은 없지요

오늘은 내내

찬란한 햇살로 쏟아진 나의 편지를

받아 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