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련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