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학

벌써
금단현상이 왔습니다

당신의 온도가 떠난
내 손가락이 자꾸만 떨립니다
당신이 한 때
그 토록 사랑하여 아끼던 내 입술은 벌써
주인을 잃어 떠돌다 질컥한 하수구에 갇혀
서서히 죽어가는 낙엽으로 바뀌었습니다


언제 떠난지 모를
낙엽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모습
날 찾지도 않아요 
나같은 건 이미 없지요
하지만 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한 당신은
아직도 행복해 보입니다


지금 비는
내 죽어가는 입술로 계속해서 내립니다

슬퍼서 맞는
그 비의 색깔과 맛은 늘상 같아요
내 허술한 두 눈동자 속으로
당신의 아편 같은 눈동자가
아직도 깊게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자꾸만 내릴수록
더욱 또렷하게 박혀오는
당신의 눈동자로 내 눈은 몹시 흐느끼고
또 편하게 감지도 못합니다


당신이 직접 채우신 족쇄 때문에
지금 미련없이 떠나지도 죽지도 못합니다


금단현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습니다
자꾸만 손가락이 떨립니다

당신이 한 때
사랑하여 아끼던 내 입술도 떨립니다
내 두 눈동자도 자꾸만 떨립니다


비도 계속 내립니다
죽지도 못합니다

 

 

 

배경음악  Allura / Chris Sphee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