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하 님

비오는 날의 일기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어린 날 내마음은
어느 후미진 찾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 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리웁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