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