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근

 

사는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둘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