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