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