즌데만 디뎌온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마른 땅을 밟아
보기도 했으리라. 시린 눈발에 얼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따스한 아랫목에 지져보기도 했으리라. 구멍 난 흙양
말을 신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보드라운 버선코
를 오똑 세워보기도 했으리라. 종종걸음만 친 것은 아니었으
리라. 더러는 덩실 어깨춤을 실어보기도 했으리라.
열무김치에 물 말아 자신 밥상 너머 물 날은 몸빼 밑으로,
아니 혼곤한 낮잠 사이로 비어져 나온, 뒷꿈치가 풀뿌리처럼
갈라진.






*반칠환의 가족사 시편은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감동이 있다.
맺힌 것이 있어야 시가 쏟아짐을. 가슴이 터질 것 같으면 시가 솟구침을,
나는 그의 유년기 추억담 시를 통해서 배운다.
충청도 산골 출신 촌놈 반칠환의 '속도'에 대한 명상도
촌각을 다투며 살아가는 나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한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위의 시는 시집에 실린 행간 그대로 옮겼습니다.
반칠환씨의 시를 몇 편 차례로 올려보겠습니다.
읽다가 넘 감동이 되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