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우리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파란 풀잎입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아직은 켜켜로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온기없는 손금들만 저리 무성할수록

제 몸을 스스로 밝히는

불땀좋은 사랑

서로의 젖은 어깨 기대며 돋아나는

들풀들의 단단한 노래가 부럽습니다


치렁치렁 내걸린 어제의 훈장과

오늘을 매단 장식이 아니더라도

지상의 엉성한 일상을 빠져나와

젖은 하늘을 다독여 줄

그런 진득한 사랑하나 키우고 싶습니다


부질없는 소주 몇 잔에도

외짝가슴은 이리 따뜻해지는 것을

쉬이 덥혀지지 않는 세상을 지나

오래도록 수배중이던 사랑

이제 그 섬을 찾아 떠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근처의

그런 사랑이면 족할 듯 싶습니다.


피안의 언덕은 먼동 트기 전이고

극락정토 예서 멀어도

아직은 모든 것이 극진한 탓입니다

기억하건대

세상은 아직 파란 풀잎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