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