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 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때

   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급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