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가을에 밤을 받고/이해인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깍으며

하얗게 드러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깍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 걸까요?.

 

모든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톨 깍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