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당신을 사랑한 죄입니다
충직한 눈은 깊은 병을
가련한 심장에 새겼기에
싸늘한 대리석 위에 누운
긴 한숨 자리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당신과 내가 있어
여전히 깊고 어둔 밤처럼
단절된 세상도
찬란한 아침입니다


내 눈과 귀가 족쇄에 채워져
당신과 함께 있지 못할지언정
우리 마음 열려 있으니
어디라도
내 영혼 둥둥 떠다니며
빈 바람맞아도
당신 있는 곳에 다다를 것입니다


다만, 당신의 고통마저 짊어짐은
당신을 사랑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