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99   2022-08-06 2023-02-27 19:46
193 인형과 인간
오작교
343   2021-11-14 2021-11-14 16:50
1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 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  
192 미리 쓰는 유서
오작교
279   2021-11-14 2021-11-14 16:49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지레 죽은 사람이라면 의견서(유서)라도 첨부되어야겠지만, 제 명대로 살만치 살다가 가는 사람에겐 그 변명이 소용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마...  
191 나그네 길에서
오작교
278   2021-11-14 2021-11-14 16:49
사람들의 취미는 다양하다. 취미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여백이요 탄력이다. 그렇기에 아무개의 취미는 그 사람의 인간성을 밑받침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개인의 신체적인 장애나 특수 사정으로 문 밖에 나서기...  
190 조조할인
오작교
284   2021-11-14 2021-11-14 16:48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  
189 회심기
오작교
291   2021-11-14 2021-11-14 16:47
내 마음을 내 뜻대로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한도인(閑道人)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온갖 모순과 갈등 속에서 부침하는 중생이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  
188 탁상시계 이야기
오작교
389   2021-11-14 2021-11-14 16:43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경우, 서투르고 서먹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36억인가 하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우선 만났다는 그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  
187 흙과 평명공간
오작교
309   2021-11-14 2021-11-14 16:43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이른바 개발 도상의 길이다. ...  
186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296   2021-11-14 2021-11-14 16:40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잇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  
185 설해목(雪害木)
오작교
312   2021-11-14 2021-11-14 16:39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184 오해
오작교
529   2021-11-14 2021-11-14 16:38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란 정말 가능한 ...  
183 무소유
오작교
324   2021-11-14 2021-11-14 16:37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  
182 가을은
오작교
314   2021-11-14 2021-11-14 16:37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대,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  
181 출가(出家)
오작교
290   2021-11-14 2021-11-14 16:35
어제부터 숲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차게 지나는 바람소리가 해안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숲길에는 낙엽이 흥건히 쌓여 있으리라. 잎이 져버리면 빈 가지들만 초겨울의 하늘 아래 허허로이 남을 것이다. 가지를 떠난 잎들은 어디로 향할까? 바람에 여...  
180 최대의 공양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6:34
불타(佛陀) 석가모니는 그의 생애를 통해 두 가지 큰 공양(供養)을 받았다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80평생을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공양을 받았을 텐데, 그중에서도 두 가지 공양이 큰 비중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것은 그가 정각...  
179 산을 그린다
오작교
292   2021-11-14 2021-11-14 16:33
요즘처럼 세상이 재미없을 때 우리가 선뜻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저만치 있는 산이다. 산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온갖 새와 짐승들이 천연스럽게 뛰놀고 시원한 바람도 가지 끝에서 불어온다.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 향기, 그리고 태...  
178 말없는 언약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6:33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각박해질수록 이름도 성도 기억하기 어려운 온갖 법률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얽어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그토록 많은 규제가 곡 있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슬이 퍼런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 세상이 평온해져야 할 텐데, ...  
177 쥐 이야기
오작교
315   2021-11-14 2021-11-14 16:32
산사(山寺)의 가을은 바람결에 묻어온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은 완연히 달라진다.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무덥고 끈적거리던 그 바람결이 오후가 되며 어느새 습기를 느낄 수 없도록 마른 바람으로 바뀐다. 문득 초가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절에서...  
176 집행하는 겁니까
오작교
354   2021-11-14 2021-11-14 16:31
“집행하는 겁니까?” 이 말은 신문을 통해서 우리들 귀에 전해진 어떤 사형수의 피맺힌 애원이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사형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째서 그 물음이 아직까지도 내 귓속의 귀에 울리고 있는 것일까. 잠에서...  
175 모두가 혼자
오작교
293   2021-11-14 2021-11-14 16:30
이따금 겪는 일인데, 그때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에 부푼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리 연못의 금붕어를 생각하여 비스킷 같은 걸 사들고 가게를 나설 때, 마음 한구석에 맑은 샘물이 흐른다. 세상에서는 이런 걸 가리켜 부성애(父性愛)라 하는지 모...  
174 일에서 이치를
오작교
295   2021-11-14 2021-11-14 16:30
두어 달 전에 출가 수도하겠다고 들어왔던 사람이 오늘 아침 하산(下山)을 했다. 그의 말인즉, 일이 고되어 견딜 수가 없으니 내려가야겠다는 것이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들지 말라고 했으니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그는 수도생활이 솔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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