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31   2022-08-06 2023-02-27 19:46
233 그 지역을 떠나보라
오작교
239   2021-11-12 2021-11-12 21:12
해마다 해동할 무렵이면 봄앓이를 치르는 것이 유별난 내 체질이다. 겨울철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쌩쌩한데,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 증상이 찾아온다. 재채기와 콧물과 심할 때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코가 막히고 눈두덩이 가렵기도 하다...  
232 어떤 생일축하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1:13
암자를 비워둔 채 산을 떠나 있다가 꼬박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 사이 두어 차례, 갈아입을 옷가지와 연락하고 챙길 일이 있어 다녀갔었는데, 그때마다 이상하고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10여년 남짓 몸담아 살아온 집인데도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내...  
231 입 다물고 귀를 귀울이라
오작교
246   2021-11-12 2021-11-12 21:14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樹液)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  
230 수류화개실 여담(水流花開室 余談)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15
언젠가 한 젊은 청년이 뜰에 선 채 불쑥,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마 내 글을 읽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도 불쑥,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일러주었다. 15년 전 옛터에 집을 새로 짓고 들어와 살 때였다. 삼칸집 네 기둥에 달까...  
229 눈 속에 매화피다
오작교
259   2021-11-12 2021-11-12 21:16
우리 옛 그림에는 한겨울 눈 속으로 매화를 찾아 나서는 풍경들이 더러 있다. 17세기의 뛰어난 화가 현제 심사정의 ‘파교심매도’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눈이 쌓여 있는 산천 어딘가에 매화가 피어 있더라는 소식이라도 전해들은 듯, 차양이...  
228 눈이 번쩍 뜨인 차(茶)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21:17
오늘은 종일 봄비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 산방의 촉촉한 한적(閑寂)이 새삼스레 고맙게 여겨졌다. 이런 때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초하룻날 지리산에서 종대 스님이 보내온 차를 오늘 비로소 시음했다. 불...  
227 휴가철에 만난 사람들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18
며칠 전 태풍이 할퀴고 간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꼬박 사흘을 보냈다. 물에 떠내려간 개울가의 징검다리는 아직도 손을 대지 못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번 것은 그 위력이 아주 대단했다. 태풍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세상에 공것은 절대로 없...  
226 달빛처럼 푸근하게
오작교
245   2021-11-12 2021-11-12 21:18
추석 연휴 동안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과 함께 앞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뜰에서 지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연일 맑게 갠 날씨 덕에 어디서나 밝은 달을 대할 수 있었다. 마치 까맣게 잊어버린 옛 친구라도 만난 듯이 그렇게 마...  
225 가랑잎 구르는 소리
오작교
240   2021-11-12 2021-11-12 21:19
요즘 산길에는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 물든 나뭇잎들이 이내 이울다가 서릿바람에 휘날리며 낙엽이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가랑잎을 밟으면서 산길을 거니노라면 세월의 덧없음을 새삼스레 실감하지 않을 수 ...  
224 우리 인성이 변해간다
오작교
295   2021-11-12 2021-11-12 21:19
인물을 주로 다루는 사진작가 한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일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데, 그때 말이 ‘한국인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어떤 영감의 심지에 ...  
223 자연인이 되어 보라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21:20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222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21:23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221 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21:24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220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1:24
봄앓이를 치르면서 밥해먹기가 귀찮아 며칠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왔다. 한동안 방송이고 신문이고 듣지 않고 보지 않으니, 마음이 그렇게 맑고 투명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요 몇 해 동안 우리는 허구한 날 똑같이 소리 높이 외치고 점거농성하고 짓...  
219 마음의 메아리
오작교
239   2021-11-12 2021-11-12 21:25
봄의 꽃자리에 연둣빛 신록이 싱그럽게 펼쳐지고 있는 요즘, 남도(南道)의 절들에서는 차 따기가 한창이다. 옛 문헌에는 곡우(穀雨)를 전후하여 다는 차가 가장 상품이라고 했는데, 우리 조계산에서는 그 무렵이면 좀 빠르고 입하(立夏) 무렵에 첫 차를 다는 ...  
218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1:26
향봉 노스님이 지난 5월 31일 입적하셨다. 오래전부터 건강상태는 안 좋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었다. 오래 여든 셋이므로 살 만큼 사셨지만 갑작스런 죽음에 삶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까지만...  
217 새벽길에서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1:26
불일암에 살 때는 따로 산책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었다. 아무 때고 마음 내키면 숲으로 뚫린 길을 따라 나서면 되고, 멀리 펼쳐진 시야를 즐기고 싶으면 뒷산이나 앞산의 봉우리에 오르면 되었다. 혼자서 터덕터덕 숲길을 거닐거나 봉우리에 올라 멀리 바라보...  
216 초가을 산정(山頂)에서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21:27
해발 890, 산 위에 올라와 오늘로 사흘째가 된다. 물론 홀홀단신 내 그림자만을 데리고 올라왔다. 휴대품은 비와 이슬을 가릴 만한 간소한 우장과 체온을 감싸줄 침낭, 그리고 며칠분의 식량과 그걸 익혀서 먹을 취사도구. 산에서 사는 사람이 다시 산을 오른...  
215 침묵에 기대다
오작교
272   2021-11-12 2021-11-12 21:27
가을바람이 선들거리면 불쑥불쑥 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산거(山居)를 지키고 있기가 어렵다. 그리고 맨날 똑같은 먹이와 틀에 박힌 생활에 더러는 염증이 생기려고 한다. 다른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다가도 해마다 10월 하순께가 되면 묵은 병이 도...  
214 우물을 쳐야겠네
오작교
253   2021-11-12 2021-11-12 21:28
그제 밤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입하(立夏) 무렵이라서인지 이따금 장대비로 줄기차게 내린다. 고사리 장마인가? 며칠 전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모란이 후줄근히 비에 젖어 꽃잎을 다물고 있다. 별러서 모처럼 핀 꽃인데 비에 젖은 걸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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