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93   2022-08-06 2023-02-27 19:46
133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작교
302   2021-11-14 2021-11-14 14:12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딱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에도 아궁이의 재를 쳐...  
132 새벽에 내리는 비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4:12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곤소곤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  
131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오작교
338   2021-11-14 2021-11-14 14:11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땔감을 마련했다. 한여름에 땔감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게 여길지 모르지만, 궁벽한 곳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오두막에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일꾼이 지난봄에 일을 하러 올라...  
130 새벽 달빛 아래서
오작교
301   2021-11-14 2021-11-14 14:10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  
129 바람부는 세상에서
오작교
291   2021-11-14 2021-11-14 14:09
지난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제를 쳐내는 데 쓰...  
128 너는 세상 어디에 있는가
오작교
314   2021-11-14 2021-11-14 14:09
12월이다.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이르렀다. 지나온 날들이 새삼스레 되돌아 보이는 마루턱에 올라선 것이다. 마르틴 부버가 하시디즘(유태교 신비주의)에 따른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  
127 자기 관리
오작교
287   2021-11-14 2021-11-14 14:08
가을이 짙어간다. 서리가 허옇게 내리고 개울가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상급한 나뭇잎들은 서릿바람에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나는 올 가을에 하려고 예정했던 일들을 미룬 채 이 가을을 무료히 보내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로 영동지방 일대는 어디라 ...  
126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오작교
359   2021-11-14 2021-11-14 14:07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깨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떠졌는데도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다음 고이 잠들 ...  
125 시간 밖에서 살다
오작교
286   2021-11-14 2021-11-14 14:07
삼복더위에 별고 없는가. 더위에 지치지나 않았는가. 더위를 원망하지 말라. 무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가을바람 속에서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맛이 든다. 이런 계절의 순환이 없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삶을 ...  
124 인디언 '구르는 천둥'의 말
오작교
294   2021-11-14 2021-11-14 14:06
여기저기서 꽃이 피고 잎이 열린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귀에 익은 새소리들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난다. 자연의 질서, 순환의 흐름은 이렇듯 어김없다. 먼지와 소음과 온갖 공해로 뒤덮인 번잡한 길거리에서, 그래도 철을 어기지 않고 꽃과 잎을 펼쳐 보이는 ...  
123 흙방을 만들며
오작교
291   2021-11-14 2021-11-14 14:04
올 봄에 흙방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도자기를 빚는 이당거사의 호의로 흙벽돌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산골에 얼음이 풀리자 실어왔다. 4월 한 달을 꼬박 방 한 칸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산 아래 20리 밖에 사는 성실한 일꾼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했...  
122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오작교
271   2021-11-13 2021-11-13 09:50
해마다 이맘때, 햇차가 나올 무렵이면 산에는 꾀꼬리가 찾아온다. 스님은 “꾀꼬리 소리 들으면서 햇차를 마시면 차 맛이 향기롭다.”는 말로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 법문을 시작했다. 절 마당 가득히, 키 큰 느티나무 위에도 연등들이 걸리고, ...  
121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오작교
277   2021-11-13 2021-11-13 09:48
봄을 지나 여름으로 건너가는 5월 마지막 주, 흰 구름 몇 개가 떠다니는 화창한 날씨 속에 하안거 결제법회가 열렸다. 스님은 “이 5월, 절에 행사가 너무 많아 제가 주주 나타나서 피차 신선감이 덜합니다.”라는 인사말로 법문을 시작했고, 그 말...  
120 중노릇하면서 빛만 많이 졌다
오작교
293   2021-11-13 2021-11-13 09:05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이자 양력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인 이날, 새벽부터 이슬비가 뿌리고 아트막한 산들에는 연무가 어렸다. 법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무더워졌다. 법당 양옆에는 한여름 더위를 조소하듯 주황색 능소화가 만발했다. 법문 시...  
119 일기일회(一期一會)
오작교
418   2021-11-13 2021-11-13 09:03
법문을 들으러 모인 천진한 아이들처럼 코스모스와 벌개미취가 법당 앞 화단에서 서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을날, 법회에 앞서 스님은 가까운 이들과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야운 선사의 <자경문>에 나오는 구절 “삭비지조(數飛之鳥)는 홀유이망지앙(忽...  
118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오작교
384   2021-11-13 2021-11-13 09:00
겨울이 아니라 해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모두의 마음이 움츠러든 이날,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맞아 스님은 옛 선사의 말을 빌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고 했다. 그것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라...  
117 법문 자리에는 돈 얘기 들이지 말라
오작교
257   2021-11-13 2021-11-13 08:59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수많은 말 중에서도 하필이면 새해 인사로 복을 받으라고 하는 까닭은 우리들 삶에서 복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복이 우리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의식하지 ...  
116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오작교
305   2021-11-13 2021-11-13 08:57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눈부신 봄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우리 생애에서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한때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고맙게 여겨지고, 언젠가는 내가 이 자리...  
115 법정스님의 글
오작교
313   2021-11-13 2021-11-13 08:55
불일암에서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는데 새로 옮겨온 이곳에서는 늘 시냇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산 위에는 항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나 낮은 골짜기에는 바람 대신 시냇물이 흐른다. 바람소리 물소리가 똑같은 자연의 소리인데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각...  
114 겨울을 보내면서
오작교
289   2021-11-13 2021-11-13 08:54
엊그제 정월 보름날로 90일 간의 겨울철 안거(安居)가 끝났다. 이곳 불일암에 와서 여덟 번째로 지낸 겨울 안거다. 78년 벙어리가 된 채 묵언(黙言)으로 지내던 그 겨울과 지난겨울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로 여겨진다. 지금껏 수많은 안거를 치렀지만 그때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