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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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82   2022-08-06 2023-02-27 19:46
113 텅 빈 속에서
오작교
296   2021-11-13 2021-11-13 08:52
겨울비가 내린다. 눈이 와야 할 계절에 비가 내린다. 메마른 바람소리만 듣다가 소곤소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드는 것 같다. 이런 날 산방(山房)에서는 좌선이 제격이다. 덤덤히 앉아서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니까. 선(禪)의 명제...  
112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오작교
289   2021-11-13 2021-11-13 08:50
몇 아름 되는 큰 소나무 가지 위에서 새처럼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살던 스님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그를 조과 선사라 불렀다. 그때 까치가 같은 나무의 곁가지에 둥지를 틀로 살았다. 사람과 새가 길이 들어 사이좋은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  
111 이 바바람이 개이면
오작교
317   2021-11-13 2021-11-13 08:49
오늘은 비바람이 몹시 휘몰아치고 있다. 앞마루에 비가 들이치고 창문에도 이따금씩 모래를 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섬돌 윙에 벗어놓은 신발을 들여놓으려고 밖에 나갔더니 대숲은 머리를 풀어 산발한 채 폭풍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날 내 산거(山居)...  
110 빛과 거울
오작교
303   2021-11-13 2021-11-13 08:48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 짐 지고 왔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 끝은 차고 산...  
109 겨울숲
오작교
280   2021-11-13 2021-11-13 08:47
겨울바람에 잎이랑 열매랑 훨훨 떨쳐버리고 빈 가지만 남은 잡목숲. 가랑잎을 밟으며 석양에 이런 숲길을 거닐면, 문득 나는 내 몫의 삶을 이끌고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를 헤아리게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그 세...  
108 시(詩)도 좀 읽읍시다
오작교
320   2021-11-13 2021-11-13 08:46
며칠 전 순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 시집(詩集)을 펼쳐들고 열심히 읽는 걸 보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시(詩)를 읽는다는 당연한 이 사실이 새삼스레 기특하고 신기하게 여겨질 만큼, 오늘의 우...  
107 가난한 이웃을 두고
오작교
317   2021-11-13 2021-11-13 08:45
부슬비가 내리면서 숲에는 안개가 자욱이 서려 있는데, 아까부터 저 아래 골짜기에서는 이따금 인기척에 실려 땅을 파는 괭이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 누가 아서 무엇을 하는지 마음이 쓰여 털레털레 내려가 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  
106 차지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
오작교
304   2021-11-13 2021-11-13 08:44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또한 멀지 않다고 하더니, 이제 겨울의 자리에 봄이 움트려고 한다. 지난밤에도 바람기 없이 비가 내렸다. 겨우내 까칠까칠 메마른 바람만 불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소리를 들으면 내 ...  
105 뒷모습
오작교
285   2021-11-13 2021-11-13 08:43
요즘에도 그런 체벌(體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유년시절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떠는 개구쟁이들은 곧잘 교단 앞에 불려나가 걸상을 들고 한참씩 서 있다가 들어오는 이이 있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은 유달리 칠판을 향해 돌아서 있으라는 ...  
104 출가記
오작교
267   2021-11-13 2021-11-13 08:41
며칠 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솔을 옷이 흠뻑 젖어 찾아온 20대의 청년을 보자 선뜻 출가 희망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긴장된 표정과 말이 없는 그의 거동에서 ‘전과자’인 나는 그가 찾아온 까닭을 곧 감지할 수 있었다. 자기 하나의 무게를 어...  
103 가을편지
오작교
287   2021-11-13 2021-11-13 08:40
바깥세상 돌아가는 꼴이 재미없어 방안 일에 마음 붙이려고 도배를 했다. 이 산으로 옮겨온 후 꼭 5년 만에 다시 도배를 하게 된 것이다. 일 벌리기 머리 무거워 어지간하면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고서(古書)에서 생겨난 좀이 많아 한지로 바른 먹이며 천...  
102 거꾸로 보기
오작교
261   2021-11-13 2021-11-13 08:38
침묵의 숲이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깨어나고 있다. 뒤꼍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산비둘기들의 구우구우거리는 소리가 서럽게 서럽게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숲을 찾아오는 저 휘파람새, 할미새가...  
101 너무 조급히 서둔다
오작교
276   2021-11-13 2021-11-13 08:37
한 달 가까이 신문도 보지 않고 방송도 듣지 않았지만,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나 지장이 없었다. 이따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밀려드는 소리를 막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본적인 사유를 이어갈 수 있다. 펼쳐보았자 ...  
100 당신의 눈을 사랑하라
오작교
299   2021-11-13 2021-11-13 08:36
몇해 전 눈병이 나서 조직검사까지 해가면 병원을 드나들 때 막막하게 육신의 비애를 느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보아버린 과보로 눈병을 앓는다고 여겨졌다. 눈이 나으면 이제는 시력을 아끼면서 사람으로서 꼭 볼 것만을 가...  
99 스승과 제자
오작교
310   2021-11-13 2021-11-13 08:35
지난해는 불교계의 원로스님들이 많이 입적했다. 그대마다 든든하게 둘러쳐진 울타리가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아무 스님이 어떤 산에 계시거니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든든했고, 이따금 찬아 뵙고 가르침을 받을 때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새로 열린 ...  
98 자식을 위한 기도
오작교
709   2021-11-13 2021-11-13 08:34
며칠 전 뜰에 쌓인 눈을 치고 있는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40대의 두 내외가 나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내력은, 자기집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려는데, 어디 가서 물어 보니 절에 가서 기도를 붙이면 무난히 합격할 거라고 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피식 ...  
97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41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96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오작교
308   2021-11-13 2021-11-13 08:31
며칠 전 광주(光州)에 있는 한 산업체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연을 하고 5시 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단하던 참이라 잠을 좀 잤으면 싶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놈의 운동경기 중계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 ...  
95 우리 풍물(風物)을 지키라
오작교
288   2021-11-13 2021-11-13 08:29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얼마 후, 시골에서 닷새마다 한번씩 서는 장을 없애겠다는 말이 당국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시골의 장이 비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고 해서이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었다. 없앨 것을 없애지, ...  
94 사유(思惟)의 뜰이 아쉽다
오작교
299   2021-11-13 2021-11-13 08:28
8년 가까이 산 위에서 살다가 산 아래 골짜기로 내려와 지내는 요즘, 문득문득 느껴지는 것은 뜰이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가이다.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이 지나고, 멀리 툭 트인 시야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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