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스승의 대답
  “시간 낭비하지 말라, 네가 숨이 멎어 무덤 속에 들어가거든 그때 가서 실컷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거라. 왜 지금 삶을 제쳐 두고 죽음에 신경을 쓰는가. 일어날 것은 어차피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은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것들만 배워 왔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깨어 있음이다. 삶의 기술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깨어 있는 관심이다.

  진정한 스승은 제자를 자신의 추종자로 만들지 않고 제자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주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출가(出家), 재가(在家)를 물을 것 없이 무엇보다도 먼저 자비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회색의 이론에서 벗어나 순간순간 구체적인 삶을 이루어야 한다. 구체적인 삶이란 더 말할 것도 없이 이웃과 나누는 일이다. 이 나눔은 수직적인 베풂이 아니라 수평적인 주고받음이다.

  흔히들 깨달은 다음에 자비를 행하는 것으로 잘못 알기 쉬운데, 자비의 충만이 곧 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옛 스승들도 처음 발심한 수행자에게 먼저 보리심(자비심)을 발하라고 가르친다. 자비심이 곧 부처의 마음이기 때문에, 부처를 이루고자 한다면 자비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소식이다.

  자비를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나눔의 기쁨을 알 수 없다. 자비를 모르는 사람은 주는 기쁨을 알지 못한다. 이웃에게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나누어 줄 수 있을 때, 타인에 대한 적개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디선가 전해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의 차가 막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한눈을 파느라고 브레이크를 제때에 밟지 못해 그만 앞차의 뒤를 들이받고 말았다. 앞차에는 ‘신혼부부’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앞차의 범퍼가 살짝 긁힌 가벼운 사고였지만, 그는 차에서 내려 신혼부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자 이제 막 결혼식을 끝낸 신랑이 창문을 열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흔히 있는 일인데요.”
이해심. ‘흔히 있는 일인데요’라는 이 이해심. 사랑이란 깊은 이해심이다.

  이제 한 여자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이상, 어떤 사고에도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사에서 가장 큰 사고(결혼)가 이미 일어났는데, 그 밖의 다른 것이야 모두 경미한 접촉사고에 불과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결혼을 한다고 알려 온 김 군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결혼생활이란 끝없는 인내와 깊은 이해심이 받쳐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사물을 보는 눈도 때에 따라서 바뀐다.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기 때문에 집착할 게 아무것도 없다. 삶은 유희와 같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
 

  
2012.03.01 (12:29:29)
[레벨:9]id: 귀비
 
 
 

더러운 때를 씻어 버리고

계율을 잘 지키며

절제와 진실을 지닌 사람만이

승복을 입기에 어울리는 자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하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