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법정스님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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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1780 | | 2022-08-06 | 2023-02-27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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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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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3 | | 2021-11-12 | 2021-11-12 21:24 |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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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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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1 | | 2021-11-12 | 2021-11-12 21:23 |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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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이 되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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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6 | | 2021-11-12 | 2021-11-12 21:20 |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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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성이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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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93 | | 2021-11-12 | 2021-11-12 21:19 |
인물을 주로 다루는 사진작가 한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일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데, 그때 말이 ‘한국인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어떤 영감의 심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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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구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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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7 | | 2021-11-12 | 2021-11-12 21:19 |
요즘 산길에는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 물든 나뭇잎들이 이내 이울다가 서릿바람에 휘날리며 낙엽이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가랑잎을 밟으면서 산길을 거니노라면 세월의 덧없음을 새삼스레 실감하지 않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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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처럼 푸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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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2 | | 2021-11-12 | 2021-11-12 21:18 |
추석 연휴 동안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과 함께 앞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뜰에서 지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연일 맑게 갠 날씨 덕에 어디서나 밝은 달을 대할 수 있었다. 마치 까맣게 잊어버린 옛 친구라도 만난 듯이 그렇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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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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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8 | | 2021-11-12 | 2021-11-12 21:18 |
며칠 전 태풍이 할퀴고 간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꼬박 사흘을 보냈다. 물에 떠내려간 개울가의 징검다리는 아직도 손을 대지 못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번 것은 그 위력이 아주 대단했다. 태풍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세상에 공것은 절대로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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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번쩍 뜨인 차(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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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52 | | 2021-11-12 | 2021-11-12 21:17 |
오늘은 종일 봄비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 산방의 촉촉한 한적(閑寂)이 새삼스레 고맙게 여겨졌다. 이런 때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초하룻날 지리산에서 종대 스님이 보내온 차를 오늘 비로소 시음했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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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매화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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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56 | | 2021-11-12 | 2021-11-12 21:16 |
우리 옛 그림에는 한겨울 눈 속으로 매화를 찾아 나서는 풍경들이 더러 있다. 17세기의 뛰어난 화가 현제 심사정의 ‘파교심매도’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눈이 쌓여 있는 산천 어딘가에 매화가 피어 있더라는 소식이라도 전해들은 듯, 차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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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화개실 여담(水流花開室 余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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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0 | | 2021-11-12 | 2021-11-12 21:15 |
언젠가 한 젊은 청년이 뜰에 선 채 불쑥,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마 내 글을 읽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도 불쑥,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일러주었다. 15년 전 옛터에 집을 새로 짓고 들어와 살 때였다. 삼칸집 네 기둥에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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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귀를 귀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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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4 | | 2021-11-12 | 2021-11-12 21:14 |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樹液)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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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일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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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8 | | 2021-11-12 | 2021-11-12 21:13 |
암자를 비워둔 채 산을 떠나 있다가 꼬박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 사이 두어 차례, 갈아입을 옷가지와 연락하고 챙길 일이 있어 다녀갔었는데, 그때마다 이상하고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10여년 남짓 몸담아 살아온 집인데도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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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을 떠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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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3 | | 2021-11-12 | 2021-11-12 21:12 |
해마다 해동할 무렵이면 봄앓이를 치르는 것이 유별난 내 체질이다. 겨울철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쌩쌩한데,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 증상이 찾아온다. 재채기와 콧물과 심할 때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코가 막히고 눈두덩이 가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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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중이나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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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9 | | 2021-11-12 | 2021-11-12 21:12 |
“사람의 목숨 허무해라 물거품일세 80년 한평생이 봄날의 꿈이어라. 인연 다해 이 몸뚱이 버리는 이날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진다.“ 고려 말 태고 화상의 임종의 노래다. 다른 사람들로는 몇 생을 산다 할지라도 그만큼 살 수 없는 알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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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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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8 | | 2021-11-12 | 2021-11-12 21:11 |
오늘 오후 큰절에 우편물을 챙기러 내려갔다가 황선 스님이 거처하는 다향산방(茶香山房)에 들렀었다. 내가 이 방에 가끔 들르는 것은, 방 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성품과 아무 장식도 없는 빈 벽과 텅 빈 방이 좋아서이다. 이 방에는 어떤 방에나 걸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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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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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3 | | 2021-11-12 | 2021-11-12 21:10 |
요즘 나는 오후의 한때를 서쪽 창으로 비껴드는 밝은 햇살 아래 앉아 편지도 읽고 책도 읽으면서 지극히 담담하게 지내고 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방이기 때문에 홀로 앉아 있으면 더욱 아늑하다. 한 보름 전 큰절 도성당에 들렀다가 빨갛게 열매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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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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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3 | | 2021-11-12 | 2021-11-12 21:09 |
며칠 전에 김장을 했다. 김장이라고 해봐야 혼자서 먹을 것이니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연례행사라 그대로 지나칠 수도 없다. 이 산중에 들어와 어느덧 열네 번째 하는 김장이었다. 요 몇 해 동안 김장철마다 산에 올라와 김장을 담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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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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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44 | | 2021-11-12 | 2021-11-12 21:09 |
볼일로 광주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하나 보았다. <파리, 텍사스>. 화면에서 낯익은 거리와 고속도로, 그리고 올스모빌 차가 보이자 눈이 번쩍 뜨였다.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렌터카인데도 굳이 올수모빌만을 고집한다. 지난 봄, 로스앤젤레스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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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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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26 | | 2021-11-12 | 2021-11-12 21:08 |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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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이 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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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 237 | | 2021-11-12 | 2021-11-12 21:07 |
오늘이 절후로는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 봄날처럼 푸근하다. 대숲 머리로 떠오른 산빛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아련하다. 수첩을 펼쳐보니 지난해 소한은 서울이 영하 16도 6부이고 우리 불일은 영하 13도였다. 물론 늦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올 겨울은 예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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