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80   2022-08-06 2023-02-27 19:46
73 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오작교
233   2021-11-12 2021-11-12 21:24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72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오작교
231   2021-11-12 2021-11-12 21:23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71 자연인이 되어 보라
오작교
236   2021-11-12 2021-11-12 21:20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70 우리 인성이 변해간다
오작교
293   2021-11-12 2021-11-12 21:19
인물을 주로 다루는 사진작가 한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일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데, 그때 말이 ‘한국인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어떤 영감의 심지에 ...  
69 가랑잎 구르는 소리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21:19
요즘 산길에는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 물든 나뭇잎들이 이내 이울다가 서릿바람에 휘날리며 낙엽이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가랑잎을 밟으면서 산길을 거니노라면 세월의 덧없음을 새삼스레 실감하지 않을 수 ...  
68 달빛처럼 푸근하게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1:18
추석 연휴 동안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과 함께 앞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뜰에서 지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연일 맑게 갠 날씨 덕에 어디서나 밝은 달을 대할 수 있었다. 마치 까맣게 잊어버린 옛 친구라도 만난 듯이 그렇게 마...  
67 휴가철에 만난 사람들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1:18
며칠 전 태풍이 할퀴고 간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꼬박 사흘을 보냈다. 물에 떠내려간 개울가의 징검다리는 아직도 손을 대지 못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번 것은 그 위력이 아주 대단했다. 태풍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세상에 공것은 절대로 없...  
66 눈이 번쩍 뜨인 차(茶)
오작교
252   2021-11-12 2021-11-12 21:17
오늘은 종일 봄비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 산방의 촉촉한 한적(閑寂)이 새삼스레 고맙게 여겨졌다. 이런 때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초하룻날 지리산에서 종대 스님이 보내온 차를 오늘 비로소 시음했다. 불...  
65 눈 속에 매화피다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21:16
우리 옛 그림에는 한겨울 눈 속으로 매화를 찾아 나서는 풍경들이 더러 있다. 17세기의 뛰어난 화가 현제 심사정의 ‘파교심매도’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눈이 쌓여 있는 산천 어딘가에 매화가 피어 있더라는 소식이라도 전해들은 듯, 차양이...  
64 수류화개실 여담(水流花開室 余談)
오작교
240   2021-11-12 2021-11-12 21:15
언젠가 한 젊은 청년이 뜰에 선 채 불쑥,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마 내 글을 읽고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도 불쑥,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일러주었다. 15년 전 옛터에 집을 새로 짓고 들어와 살 때였다. 삼칸집 네 기둥에 달까...  
63 입 다물고 귀를 귀울이라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14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樹液)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  
62 어떤 생일축하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1:13
암자를 비워둔 채 산을 떠나 있다가 꼬박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 사이 두어 차례, 갈아입을 옷가지와 연락하고 챙길 일이 있어 다녀갔었는데, 그때마다 이상하고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10여년 남짓 몸담아 살아온 집인데도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내...  
61 그 지역을 떠나보라
오작교
233   2021-11-12 2021-11-12 21:12
해마다 해동할 무렵이면 봄앓이를 치르는 것이 유별난 내 체질이다. 겨울철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쌩쌩한데,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 증상이 찾아온다. 재채기와 콧물과 심할 때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코가 막히고 눈두덩이 가렵기도 하다...  
60 나도 중이나 되었으면
오작교
249   2021-11-12 2021-11-12 21:12
“사람의 목숨 허무해라 물거품일세 80년 한평생이 봄날의 꿈이어라. 인연 다해 이 몸뚱이 버리는 이날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진다.“ 고려 말 태고 화상의 임종의 노래다. 다른 사람들로는 몇 생을 산다 할지라도 그만큼 살 수 없는 알차고 ...  
59 텅 빈 충만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1:11
오늘 오후 큰절에 우편물을 챙기러 내려갔다가 황선 스님이 거처하는 다향산방(茶香山房)에 들렀었다. 내가 이 방에 가끔 들르는 것은, 방 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성품과 아무 장식도 없는 빈 벽과 텅 빈 방이 좋아서이다. 이 방에는 어떤 방에나 걸려 있음...  
58 밤 나그네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1:10
요즘 나는 오후의 한때를 서쪽 창으로 비껴드는 밝은 햇살 아래 앉아 편지도 읽고 책도 읽으면서 지극히 담담하게 지내고 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방이기 때문에 홀로 앉아 있으면 더욱 아늑하다. 한 보름 전 큰절 도성당에 들렀다가 빨갛게 열매가 매...  
57 김장 이야기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1:09
며칠 전에 김장을 했다. 김장이라고 해봐야 혼자서 먹을 것이니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연례행사라 그대로 지나칠 수도 없다. 이 산중에 들어와 어느덧 열네 번째 하는 김장이었다. 요 몇 해 동안 김장철마다 산에 올라와 김장을 담아주...  
56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09
볼일로 광주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하나 보았다. <파리, 텍사스>. 화면에서 낯익은 거리와 고속도로, 그리고 올스모빌 차가 보이자 눈이 번쩍 뜨였다.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렌터카인데도 굳이 올수모빌만을 고집한다. 지난 봄, 로스앤젤레스에 머...  
55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작교
226   2021-11-12 2021-11-12 21:08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54 식성이 변하네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21:07
오늘이 절후로는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 봄날처럼 푸근하다. 대숲 머리로 떠오른 산빛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아련하다. 수첩을 펼쳐보니 지난해 소한은 서울이 영하 16도 6부이고 우리 불일은 영하 13도였다. 물론 늦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올 겨울은 예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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