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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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35   2022-08-06 2023-02-27 19:46
73 10년을 돌아보며
오작교
268   2021-11-12 2021-11-12 21:31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여름 한철을 지내고 나면 심신의 진이 빠진다. 기진맥진, 그야말로 기도 진하고 맥도 진한다. 수련회다 뭐다 해서 거의 날마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두어 차례씩 아랫절에 오르내리느라 땀을 흘려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 휴가철...  
72 놓아두고 가기
오작교
267   2021-11-09 2021-11-09 17:03
내 지갑에는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도로공사에서 발행한 고속도로 카드와 종이쪽에 적힌 몇 군데 전화번호 그리고 약간의 지폐가 들어 있다. 또 올해의 행동지침으로 적어 놓은 초록빛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초에 밝힌 바 있듯이 금년의 내 행동지침은 이것이...  
71 어느 암자의 작은 연못
오작교
267   2021-11-09 2021-11-09 16:51
요즘 산자락에는 산국이 한창이다. 꽃의 모습도 야생화답지만 그 향기가 가을꽃 중에서는 일품이다. 두어 가지 꺾어다가 햇살이 비껴드는 오후의 창가에 놓아두니 은은한 산국의 향기로 방 안이 한층 그윽하고 고풍스럽다. 철 따라 그 철에 어울리는 꽃이 피...  
70 거꾸로 보기
오작교
266   2021-11-13 2021-11-13 08:38
침묵의 숲이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깨어나고 있다. 뒤꼍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산비둘기들의 구우구우거리는 소리가 서럽게 서럽게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숲을 찾아오는 저 휘파람새, 할미새가...  
69 지혜와 사랑과 인내로
오작교
265   2021-11-12 2021-11-12 21:31
간밤 꿈에는 하늘 가득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은하수를 보았다. 기분 좋은 꿈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가는 기쁨이 될 수 있다. 날마다 흐리고 지척지척 비만 내리는 장마철이라 어쩌다 펼쳐지는 한 줄기 햇살에도, 혹은 후박나무 잎새로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  
68 법문 자리에는 돈 얘기 들이지 말라
오작교
263   2021-11-13 2021-11-13 08:59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수많은 말 중에서도 하필이면 새해 인사로 복을 받으라고 하는 까닭은 우리들 삶에서 복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복이 우리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의식하지 ...  
67 우물쭈물 하다가는
오작교
262   2021-11-09 2021-11-09 17:12
며칠 전 길상사에 나갔더니 내게 온 우편물 속에 ‘노인 교통수당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노인 복지법 제26조(경로 우대)에 의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일정액의 교통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귀하도 주...  
66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작교
261   2021-11-13 2021-11-13 08:16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영국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책이름이다. 그는 이 책의 부제(副題)를 ‘인간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의 연구’라고 달고 있다. 이 책은 서구 근대화 사상의 줄기인 거대주의(巨大主義)와 물질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  
65 때깔 좋은 도자기를 보면
오작교
261   2021-11-09 2021-11-09 17:09
겨울 안거를 마친 바로 그 다음 날, 남쪽에 내러가 열흘 남짓 이곳저곳을 어정거리며 바람을 쏘이다 왔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꽃이 필 만하면 갑자기 추위가 닥쳐 겨우 피어난 꽃에도 꽃다운 생기가 없었다. 매화도 그렇고 수선도 그랬다. 풋중 시절부터 ...  
64 눈 속에 매화피다
오작교
259   2021-11-12 2021-11-12 21:16
우리 옛 그림에는 한겨울 눈 속으로 매화를 찾아 나서는 풍경들이 더러 있다. 17세기의 뛰어난 화가 현제 심사정의 ‘파교심매도’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눈이 쌓여 있는 산천 어딘가에 매화가 피어 있더라는 소식이라도 전해들은 듯, 차양이...  
63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오작교
258   2021-11-09 2021-11-09 17:15
새해 달력을 보니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 버렸는지 새삼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남은 세월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62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오작교
257   2021-11-09 2021-11-09 17:08
지난밤에는 안골짝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에 몇 번인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거센 목청으로 그리 우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짝을 찾아서 그러는지, 어미를 잃은 새끼가 어미 생각을 하느라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  
61 숲속의 이야기
오작교
256   2021-11-13 2021-11-13 08:15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대나무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간밤에 핀 달맞이꽃도 후줄근하게 젖어 있다. 이런 날을 극성스런 쇠찌르레기(새)도 울지 않고, 꾀꼬리며 밀화부리, 뻐꾸기, 산까치, 불새, 휘파람새 소리도 뜸하다. 어제 해질녘, 비가 올 것 같...  
60 삶의 뿌리를 내려다 볼 때
오작교
256   2021-11-13 2021-11-13 08:13
열흘 남짓 산거(山居)를 비우고 떠돌아다니다 돌아오니 가을빛이 기울고 있었다. 집 뒤는 단풍이 들었다가 이울기 시작이고 앞산 마루에는 벌써 나목(裸木)들이 드러나 있다. 세월은 우리가 딴눈을 파는 사이에도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채전밭에는 무...  
59 초가을 산정(山頂)에서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21:27
해발 890, 산 위에 올라와 오늘로 사흘째가 된다. 물론 홀홀단신 내 그림자만을 데리고 올라왔다. 휴대품은 비와 이슬을 가릴 만한 간소한 우장과 체온을 감싸줄 침낭, 그리고 며칠분의 식량과 그걸 익혀서 먹을 취사도구. 산에서 사는 사람이 다시 산을 오른...  
58 눈이 번쩍 뜨인 차(茶)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21:17
오늘은 종일 봄비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 산방의 촉촉한 한적(閑寂)이 새삼스레 고맙게 여겨졌다. 이런 때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초하룻날 지리산에서 종대 스님이 보내온 차를 오늘 비로소 시음했다. 불...  
57 우물을 쳐야겠네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1:28
그제 밤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입하(立夏) 무렵이라서인지 이따금 장대비로 줄기차게 내린다. 고사리 장마인가? 며칠 전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모란이 후줄근히 비에 젖어 꽃잎을 다물고 있다. 별러서 모처럼 핀 꽃인데 비에 젖은 걸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  
56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1:26
향봉 노스님이 지난 5월 31일 입적하셨다. 오래전부터 건강상태는 안 좋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었다. 오래 여든 셋이므로 살 만큼 사셨지만 갑작스런 죽음에 삶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까지만...  
55 빈 방에 홀로 앉아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1:03
어제는 창을 발랐다. 바람기 없는 날 혼자서 창을 바르고 있으면 내 마음은 티 하나 없이 말고 투명하다. 무심(無心)의 경지가 어떻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바른 창에 맑은 햇살이 비치니 방안이 한결 정갈하게 보인다. 가을날 오후 같은 때, 빈 방에...  
54 나도 중이나 되었으면
오작교
253   2021-11-12 2021-11-12 21:12
“사람의 목숨 허무해라 물거품일세 80년 한평생이 봄날의 꿈이어라. 인연 다해 이 몸뚱이 버리는 이날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진다.“ 고려 말 태고 화상의 임종의 노래다. 다른 사람들로는 몇 생을 산다 할지라도 그만큼 살 수 없는 알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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