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대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을 통해서 사람이 달라진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항상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우고 익히는 일에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독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탐구의 지름길이다.

    그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배우고 찾는 일을 멈추면 머리가 굳어진다. 머리가 굳어지면 삶에 생기와 탄력을 잃는다. 생기와 탄력이 소멸되면 노쇠와 죽음으로 이어진다.

    옛 선인들은 고전을 읽으면서 인간학을 배웠다. 자신을 다스리고 높이는 공부를 했던 것이다. 먼저 자신의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하도록 심신을 닦고 나서 세상일에 참여했다. 고전에서 배우고 익힌 소양으로 인간이 지녀야 할 몸가짐과 품위를 닦았던 것이다.

    현재와 과거를 물을 것 없이 말끝마다 개혁을 내세웠던 역대 정권 아래서 공직자들의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하루도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그들이 일찍이 인간학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자세와 품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꺾이고 만 것이다.

    인간 형성의 터전인 학창시절에 고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잘못된, 크게 잘못된 이 땅의 입시 위주 교육제도 때문에 인간의 윤리관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없애려면 검찰 당국에 수고를 끼칠 것 없이 인류의 지혜인 고전을 배우고 익혀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공부부터 해야 한다. 따라서 공직자를 채용하는 시험에서도 반드시 고전에 대한 이해가 출제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 영조 때 사람, 유중림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중 ‘독서 권장하기’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글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사라를 판단하는 눈이 밝아진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도 총명해진다. 흔히 독서를 부귀나 공명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ㅣ그런 사람들은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모르는 속된 무리다.”

    송나라 때의 학자 황산곡은 말했다.

    “사대부(士大夫)는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스스로 깨달은 언어가 무의미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기가 가증스럽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듯이 사람은 정신의 음식인 책도 받아들여야 한다. 1년 365일을 책다운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삶은 이미 녹슬어 있다.

    옛글에 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 젊어서 유익하다. 젊어서 책을 읽으면 늙어서 쇠하지 않는다. 늙어서 책을 읽으면 죽어서 썩지 않는다.”

    새해에는 마음먹고 책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 복 속에 책도 함께 들어 있기를.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