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74   2022-08-06 2023-02-27 19:46
33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19:57
지난겨울 이 산중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배우고 익힌 교훈은 한 방울 물의 귀하고 소중함이었다. 눈 고장에 눈이 내리지 않은 삭막한 겨울. 오죽했으면 태백에선가는 기설제(祈雪祭)를 다 지냈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듯, 눈 고장에서는 ...  
32 자연인이 되어 보라
오작교
236   2021-11-12 2021-11-12 21:20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31 어떤 주례사
오작교
236   2021-11-12 2021-11-12 20:52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30 겨울 자작나무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20:01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자연은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데,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남들이 곤히 잠든 이런 시각에 나는 곧잘 깨어 있다. 둘레는 아무 소리...  
29 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오작교
233   2021-11-12 2021-11-12 21:24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28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33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27 그 지역을 떠나보라
오작교
232   2021-11-12 2021-11-12 21:12
해마다 해동할 무렵이면 봄앓이를 치르는 것이 유별난 내 체질이다. 겨울철에는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쌩쌩한데,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 증상이 찾아온다. 재채기와 콧물과 심할 때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코가 막히고 눈두덩이 가렵기도 하다...  
26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오작교
232   2021-11-12 2021-11-12 21:00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송강 정철의 시조인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어리어 다리 위를 쳐다...  
25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작교
231   2021-11-12 2021-11-12 20:54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울...  
24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오작교
230   2021-11-12 2021-11-12 21:23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23 500생의 여우
오작교
230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22 아궁이 앞에서
오작교
229   2021-11-12 2021-11-12 19:52
절에 들어와 내게 주어진 최초의 소임은 부목(負木)이었다. 땔감을 담당하는 나무꾼인 셈이다. 이 소임은 행자 시절 은사께서 내게 내린 출세간의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도 절에서 맨 처음 본 소임이 부목이라고 하셨다. 1950년대 통영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2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오작교
228   2021-11-12 2021-11-12 19:54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 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 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20 청소 불공
오작교
227   2021-11-12 2021-11-12 20:44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  
19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작교
226   2021-11-12 2021-11-12 20:59
예전에는 시인(是認)이란 직종이 따로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를 읊고 지었다. 제대로 된 선비(그 시절의 지식인)라면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양이었다. ‘승려 시인’이란 말도 예전에는 ...  
18 바라보는 기쁨
오작교
226   2021-11-12 2021-11-12 20:51
산중에 갇혀서 살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국이 없는 밥상을 대했을 때처럼 뻑뻑한 그런 느낌이다. 오두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아득히 멀고 드넓은 끝없는 바다.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 훤칠한 바다....  
17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작교
225   2021-11-12 2021-11-12 21:08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16 좋은 말씀을 찾아
오작교
224   2021-11-12 2021-11-12 20:50
지난 4월 길상사의 법회 때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내 속은 청 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쏟아 놓고 나면 발가벗은 내 몰골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혼자서 나무 아래 앉아 있거나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개울물 소리를 듣고 싶다. 굳이 ...  
15 녹슬지 않는 삶
오작교
222   2021-11-12 2021-11-12 20:53
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대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  
14 차 덕는 향기
오작교
221   2021-11-12 2021-11-12 20:56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차 맛이 떨어진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정리하다가 까맣게 잊어버린 차 덖는 프라이팬을 찾아냈다. 자루에 ‘차 전용’이라고 표시까지 해 놓은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차 덖는 기구를 본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