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99   2022-08-06 2023-02-27 19:46
33 들꽃을 옮겨 심다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0:48
오늘 아침 뒤꼍에서 개망초를 꺾어다가 오지항아리에 꽂았더니 볼만하다. 아니, 볼만하다가 아니라 볼수록 아주 곱다. 개망초는 산자락이나 밭두둑 어디서나 마주치는 흔한 꽃이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꽃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스치고 지나면서 눈여겨...  
32 연암 박지원 선생을 기린다
오작교
240   2021-11-12 2021-11-12 20:46
밖에 나가면 편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편지는 그 자리에서 펼쳐 보고, 어떤 편지는 집에 가져와 차분히 읽는다. 첩첩산중 외떨어져 사는 나 같은 경우는 휴대전화가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편지가 유일한 통신수단이다. 받은 편...  
31 운문사에 가면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0:45
내일모레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데 오늘 이 산중에는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겨울이 성급하게 다가서는가. 오늘 내린 눈으로 뜰가는 온통 단풍나무 잎으로 낙엽의 사태를 이루었다. 요 며칠 동안 청명한 가을 날씨 덕에 남쪽에 내려가 오랜...  
30 청소 불공
오작교
228   2021-11-12 2021-11-12 20:44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  
29 겨울 자작나무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0:01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자연은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데,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남들이 곤히 잠든 이런 시각에 나는 곧잘 깨어 있다. 둘레는 아무 소리...  
28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19:57
지난겨울 이 산중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배우고 익힌 교훈은 한 방울 물의 귀하고 소중함이었다. 눈 고장에 눈이 내리지 않은 삭막한 겨울. 오죽했으면 태백에선가는 기설제(祈雪祭)를 다 지냈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듯, 눈 고장에서는 ...  
27 지금이 바로 그때
오작교
218   2021-11-12 2021-11-12 19:56
승가에 결제, 해제와 함께 안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결제 기간과 해제 기간은 상호 보완한다. 결제만 있고 해제가 없다면 결제는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해제만 지속된다면 안거 또한 있을 수 없다. 여름철 결제일인 음...  
26 자신의 그릇만큼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19:55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은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츠린 채 봄기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들은 바뀔 것이다. 사...  
25 첵디은 첵
오작교
216   2021-11-12 2021-11-12 19:54
지난 초봄, 볼일이 있어 남쪽에 내려갔다가 저잣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스님을 보았다. 만난 것이 아니라 본 것이다. 이 스님은 내가 불일암 시절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인데 몇 해 전 길상사를 거쳐 간 후로는 그 거처도, 소식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내 마음...  
24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오작교
229   2021-11-12 2021-11-12 19:54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 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 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23 물난리 속에서
오작교
223   2021-11-12 2021-11-12 19:53
올여름에도 물난리다. 지역적인 편차는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이 땅에 물난리가 났다. 수해가 있을 때마다 관계 당국에서는 항구적인 대책을 논의하지만 수해는 항구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대명사인 산천, 즉 산과 강은 사람...  
22 아궁이 앞에서
오작교
230   2021-11-12 2021-11-12 19:52
절에 들어와 내게 주어진 최초의 소임은 부목(負木)이었다. 땔감을 담당하는 나무꾼인 셈이다. 이 소임은 행자 시절 은사께서 내게 내린 출세간의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도 절에서 맨 처음 본 소임이 부목이라고 하셨다. 1950년대 통영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21 겨울 채비를 하다
오작교
222   2021-11-12 2021-11-12 19:55
요 몇 해 사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중의 겨울 살림살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눈 고장에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잇따르면 무엇보다도 식수원인 개울이 얼어붙어 물을 구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일지라도 눈이 내려 쌓이면 이를 ...  
20 옹달샘에서 물을 긷다
오작교
330   2021-11-09 2021-11-09 17:16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  
19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오작교
253   2021-11-09 2021-11-09 17:15
새해 달력을 보니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 버렸는지 새삼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남은 세월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18 과속문화에서 벗어나기
오작교
276   2021-11-09 2021-11-09 17:14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연 나 자신답게 살아왔는지를 묻는다. 잘 산 한 해였노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많은 이웃들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보답을 했는지 되돌아...  
17 홀로 걸으라, 행복한 이여
오작교
269   2021-11-09 2021-11-09 17:13
산중에 살면서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보다도 우선 책이다. 홀로 지내면서도 무료하거나 적적하지 않은 것은 좋은 친구인 책들이 내 둘레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나에게 삶의 기쁨과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나를 안으로 여물게 한다. 그...  
16 우물쭈물 하다가는
오작교
259   2021-11-09 2021-11-09 17:12
며칠 전 길상사에 나갔더니 내게 온 우편물 속에 ‘노인 교통수당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노인 복지법 제26조(경로 우대)에 의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일정액의 교통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귀하도 주...  
15 때깔 좋은 도자기를 보면
오작교
256   2021-11-09 2021-11-09 17:09
겨울 안거를 마친 바로 그 다음 날, 남쪽에 내러가 열흘 남짓 이곳저곳을 어정거리며 바람을 쏘이다 왔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꽃이 필 만하면 갑자기 추위가 닥쳐 겨우 피어난 꽃에도 꽃다운 생기가 없었다. 매화도 그렇고 수선도 그랬다. 풋중 시절부터 ...  
14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오작교
255   2021-11-09 2021-11-09 17:08
지난밤에는 안골짝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에 몇 번인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거센 목청으로 그리 우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짝을 찾아서 그러는지, 어미를 잃은 새끼가 어미 생각을 하느라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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