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40   2022-08-06 2023-02-27 19:46
273 설해목(雪害木) 1
오작교
787   2022-04-15 2022-04-15 22:06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272 인간의 소리 2
오작교
827   2022-03-29 2022-04-01 11:50
푸른 기와집을 까러 왔다는 사나이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 1월 21일. 그 검은 농구화의 사나이가 한 사람 붙들릴 때, 자기를 겨눈 총부리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사적으로 대해 달라!” 물론 그는 우리들이 함께 쓰고 있...  
271 해제 일미(解除一味)
오작교
581   2022-03-29 2022-03-29 12:23
해제(解除)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동구(洞口)길을 걸어 나올 때, 아, 그것은 승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한 단신(單身)의 환희, 창공에 나는 학의 나래 같은 것. 새벽달의 전송을 받으며 걸망을 메고 호젓이 산문(山門)을 벗어나면 나그네는 저...  
270 만남 1
오작교
788   2022-02-18 2022-02-18 14:05
사람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동물적인 나이가 있을 뿐 인간으로서의 정신연령은 부재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간에 만남에 의해서 거...  
269 선지식
오작교
733   2022-02-10 2022-02-10 10:06
그 어떤 상황 아래서건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전답을 팔아서까지 고등교육을 받는 것도, 비싼 달러들 들여 해외 유학을 하는 것도 그러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지식인이어야 인간의 대접을 받고 무...  
268 방황하는 나무들 1
오작교
862   2022-01-26 2022-01-27 12:30
나무들이 설 자리는 허공이 아니라 대지이다. 설 자리를 찾지 못한 나무들은 오늘도 회색의 거리에서 시들시들 헤매고 있다. 봄철이 되면 화사한 화초의 뒤를 이어 정원수들이 수레에 실려 혹은 지게에 얹혀 길목에 늘어서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물론 이...  
267 오시는 날 1
오작교
858   2021-12-28 2021-12-28 16:23
신록과 더불어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 초파일은 다가왔다. 이날을 기리기 위해 비록 언어와 습관은 다를지라도 온 세상은 바야흐로 연둣빛 신록처럼 수런거리고 있다. 수많은 인간 가족들이 이날을 기억하고 축복하는 것은 단순히 불교 교조(敎祖)의 탄생을 두...  
266 흙과 평면공간
오작교
705   2021-12-15 2021-12-15 12:38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명에 속하는 개발도상의 길이다. 이 길은 몇 해 전만 ...  
265 오해 1
오작교
946   2021-12-04 2021-12-04 10:15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살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理解)란 정말...  
264 비가 내린다 1
오작교
865   2021-11-14 2022-05-05 22:39
비가 내린다. 나무들이 젖고 있다. 새들은 깃을 찾아드는데 숲은 저만치서 부옇게 떨고 있다. 나직한 빗소리를 들으면 앓고 싶다. 시름시름 앓기라도 하면서 선해지고 싶다. 성해서 어울릴 때보다 혼자서 앓을 때 문득 자기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언어가 문...  
263 상면(相面)
오작교
844   2021-11-14 2021-11-14 17:52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스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어...  
262 아직도 우리에겐
오작교
753   2021-11-14 2021-11-14 17:51
6월이 장미의 계절일 수만은 없다. 아직도 깊은 상혼이 아물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카인의 후예들이 미쳐 날뛰던 6월, 언어와 풍습과 핏줄이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마주 겨누고 피를 흘리던 악의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못다 핀 채 뚝뚝 져버린 젊음들이...  
261 순수한 모순 1
오작교
777   2021-11-14 2022-05-05 22:58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던가. 그래 그런지 얼마 전 가까이 있는 보육원에 들렀더니 꽃가지마다 6월로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몇 그루를 얻어다 우리 방 앞뜰에 심었다. 단조롭던 뜰에 생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노라면 모차르트의 청렬(...  
260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698   2021-11-14 2021-11-27 10:24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모호한 태도로써 행동하고 거지(擧止)한다. 여기에는 자기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  
259 아득한 母音
오작교
657   2021-11-14 2021-11-14 17:49
우리 다래헌의 아침은 연두빛입니다. 신록의 가지 끝에서 빛나는 푸름 햇살이 문을 열게 하고, 이슬에 젖은 풀꽃향 기가 숨길을 가로막습니다. 숲에서는 꾀꼬리와 까치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구구 짝을 부릅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 “뻐꾸욱 뻐꾸욱…” 아득히 들...  
258 본래 無一物 1
오작교
708   2021-11-14 2022-05-05 23:13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이 일상생활은 영위될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  
257 밤의 질서
오작교
570   2021-11-14 2021-11-14 17:47
밤거리에서 빈 차의 표시등을 켜고 지나가는 택시를 보면 괜히 반가울 때가 있다. 택시를 잡아타기에 애를 먹은 사람이면 거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항상 시계의 장단점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시속(時速)에서 생의 밀도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256 나무아미타불
오작교
590   2021-11-14 2021-11-14 17:47
나무아미타불은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국산영화 배우들을 비롯하여 시대소설(時代小說)을 다루는 문필업자며, 지나가는 먹물 옷을 보면 “중중 까까중……”이라고 아는 체를 하는 골목대장들까지도 익히 알...  
255 함께 있고 싶어서
오작교
576   2021-11-14 2021-11-14 17:46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 가을에 더욱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막혔던 사연들을 띄우고 예식장마다 만원을 사례하게 된다. 우리 절 주지 스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가을에 몇 번인가 주례를 서게 될 것이다. 결...  
254 神市 서울
오작교
455   2021-11-14 2021-11-14 17:45
한동안 뜸하던 꾀꼬리 소리를 듣고 장마에 밀린 빨래를 하던 날 아침 우리 다래헌에 참외 장수가 왔다. 노인은 이고 온 광주리를 내려놓으면서 단 참외를 사 달라는 것이다. 경내에는 장수들이 드나들 수 없는 것이 사원의 규칙으로 되어 있지만, 모처럼 찾아...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