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97   2022-08-06 2023-02-27 19:46
273 자식을 위한 기도
오작교
716   2021-11-13 2021-11-13 08:34
며칠 전 뜰에 쌓인 눈을 치고 있는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40대의 두 내외가 나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내력은, 자기집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려는데, 어디 가서 물어 보니 절에 가서 기도를 붙이면 무난히 합격할 거라고 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피식 ...  
272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713   2021-11-14 2021-11-27 10:24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모호한 태도로써 행동하고 거지(擧止)한다. 여기에는 자기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  
271 일상의 심화(深化) 1
오작교
691   2022-12-08 2023-02-04 17:27
1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부자유하다는 것은 무엇에 얽혀 있다는 말이고, 어디에 메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기 밖의 타인이나 사물과 관계되어 있다. 우리들이 산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관계 속...  
270 아득한 母音
오작교
673   2021-11-14 2021-11-14 17:49
우리 다래헌의 아침은 연두빛입니다. 신록의 가지 끝에서 빛나는 푸름 햇살이 문을 열게 하고, 이슬에 젖은 풀꽃향 기가 숨길을 가로막습니다. 숲에서는 꾀꼬리와 까치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구구 짝을 부릅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 “뻐꾸욱 뻐꾸욱…” 아득히 들...  
269 살아남은 자 1
오작교
662   2021-11-14 2021-11-14 17:43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  
268 스승과 제자
오작교
650   2021-11-14 2021-11-14 17:39
달포 전, 예전에 내가 살던 암자에 들러 이틀을 쉬어서 온 일이 있다. 그때 큰 절에서 행자(行者,스님이 되기 전의 수련자) 두 사람이 올라와 나더러 자기네 스승이 되어 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나는 거절했다. 행자가 계(戒)를 받고 출가 수행승이 되려면 스...  
267 조조 할인
오작교
641   2022-07-11 2022-07-11 14:04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길...  
266 눈 속에 매화가 피다
오작교
619   2021-11-14 2021-11-14 17:37
이 깊은 겨울, 오두막 지붕 아래 살아 있는 생물은 나하고 한 그루 매화분(盆)뿐이다. 살아 있는 것끼리 마주보면서 이 겨울을 지내고 있다. 곁에 화분이 하나 있으니 혼자서 지내는 것 같지가 않다. 내 마음과 눈길이 수시로 가면서 보살피다 보면 지붕 밑이...  
265 나무아미타불
오작교
603   2021-11-14 2021-11-14 17:47
나무아미타불은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국산영화 배우들을 비롯하여 시대소설(時代小說)을 다루는 문필업자며, 지나가는 먹물 옷을 보면 “중중 까까중……”이라고 아는 체를 하는 골목대장들까지도 익히 알...  
264 해제 일미(解除一味)
오작교
597   2022-03-29 2022-03-29 12:23
해제(解除)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동구(洞口)길을 걸어 나올 때, 아, 그것은 승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한 단신(單身)의 환희, 창공에 나는 학의 나래 같은 것. 새벽달의 전송을 받으며 걸망을 메고 호젓이 산문(山門)을 벗어나면 나그네는 저...  
263 먹어서 죽는다
오작교
595   2021-11-14 2021-11-14 17:34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남쪽은 어디를 가나 온통 먹을거리의 간판들로 요란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웬 '가든'이 그리도 많은지, 서너 집 건너 너도나도 모두가 가든뿐이다. 숯불갈비집을 가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사철탕에다 흑염소집, 무...  
262 밤의 질서
오작교
585   2021-11-14 2021-11-14 17:47
밤거리에서 빈 차의 표시등을 켜고 지나가는 택시를 보면 괜히 반가울 때가 있다. 택시를 잡아타기에 애를 먹은 사람이면 거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항상 시계의 장단점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시속(時速)에서 생의 밀도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261 함께 있고 싶어서
오작교
585   2021-11-14 2021-11-14 17:46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 가을에 더욱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막혔던 사연들을 띄우고 예식장마다 만원을 사례하게 된다. 우리 절 주지 스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가을에 몇 번인가 주례를 서게 될 것이다. 결...  
260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있다
오작교
579   2021-11-14 2021-11-14 17:39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날, 눈발이 휘날리는 속에 길을 나섰다. 경기도 성남 모란장까지 차로 달렸다. 모란장에서 장을 보고 한군데 더 들을 곳이 있어 가는데, 여느 때 같으면 4, 5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를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려 겨우 당도할 수 있...  
259 나의 과외독서
오작교
574   2022-09-26 2022-09-26 10:57
지난해 가을, 그러니까 천고마비(天高馬肥)하고 등하가친(燈下可親) 한다는 그 독서의 계절에 나는 몇몇 대학의 법회에 나간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실례를 전제하면서, 요즘 동화를 읽고 있는 이가 있으면 손 좀 들어주겠습니까? 하고 알아보았다. 그러나 단...  
258 새해에는 눈을 떴으면
오작교
525   2023-01-25 2023-01-25 09:23
우리들 벽에는 묵은 달력이 떼어지고 새 달력이 걸려 있다. 이렇게 또 새해가 우리 앞에 다가선 것인가. 사실은 세월이 오가는 게 아니라, 우리들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지만…. 새해가 돋았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들 생활에 어떤 이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257 오해
오작교
525   2021-11-14 2021-11-14 16:38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란 정말 가능한 ...  
256 너무 일찍 나왔군
오작교
515   2021-11-14 2021-11-14 17:44
서울이 몇 해 전부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밖에서 온 친선사절들의 입을 빌릴 것 없이 우리들 손으로도 만져볼 수 있다. 지방과는 달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힘이 집중 투하되기 때문에 특별시로는 모자라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빌...  
255 문제아
오작교
509   2021-11-14 2021-11-14 17:44
호랑이가 고양이를 보면 그냥 안 놔둔다고 한다. 버릇없이 어른을 닮았다고 해서 톡톡히 기합을 준다는 것이다. 어지간히 개성을 존중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닮아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지도교수의 구미에 맞도록 논문을 써내야 무...  
254 눈으로 하는 대화 1
오작교
508   2023-01-25 2023-02-04 17:16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의사를 전달하는 말의 기능을 새삼스레 의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단절의 아쉬움과 벽으로 가로막힌 답답증을 느낀다. 그런데, 그 말이 더러는 장바닥의 소음으로 들려올 때가 있다. 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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