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13   2022-08-06 2023-02-27 19:46
253 문제아
오작교
510   2021-11-14 2021-11-14 17:44
호랑이가 고양이를 보면 그냥 안 놔둔다고 한다. 버릇없이 어른을 닮았다고 해서 톡톡히 기합을 준다는 것이다. 어지간히 개성을 존중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닮아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지도교수의 구미에 맞도록 논문을 써내야 무...  
252 책 머리에 1
오작교
504   2023-07-15 2023-07-15 14:18
양지쪽에 앉아 부엌 아궁이에서 재를 쳐내는 당글개(고무래)를 하나 만들었다. 땔감으로 지난 가을 읍내 제재소에서 구해 온 피죽 판자를 톱과 도끼만으로 똑딱거리면서 만들었다. 생활에 소용되는 이런 도구를 손수 만들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내...  
251 살아 있는 부처
오작교
504   2021-11-14 2021-11-14 17:38
설 잘 쇠셨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세월 속에서 또 한 해가 줄어들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면, 마침내 우리는 어디에서 마주치게 될까요? 하는 일 없이 일상에 묻혀 한 해 한 해 곶감 빼먹듯 세월을 빼먹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앙상한 꼬챙...  
250 직립보행
오작교
494   2021-11-14 2021-11-14 16:19
오늘은 볼일이 좀 있어 세상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래야 백사십리 밖에 있는 광주시. 늘 그러듯이 세상은 시끄러움과 먼지를 일으키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온 걸음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좀 사고...  
249 神市 서울
오작교
483   2021-11-14 2021-11-14 17:45
한동안 뜸하던 꾀꼬리 소리를 듣고 장마에 밀린 빨래를 하던 날 아침 우리 다래헌에 참외 장수가 왔다. 노인은 이고 온 광주리를 내려놓으면서 단 참외를 사 달라는 것이다. 경내에는 장수들이 드나들 수 없는 것이 사원의 규칙으로 되어 있지만, 모처럼 찾아...  
248 개울물에 벼루를 씻다 2
오작교
483   2021-11-14 2021-12-04 09:51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날,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벼루를 씻었다. 잔잔히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서 벼루를 씻고 있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문득 내 안에서 은은한 묵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듯 맑게 흐르는 개울물도 사...  
247 병상에서 배우다 1
오작교
482   2021-11-09 2021-11-09 16:49
평소 병원을 멀리하고 지냈는데 지난겨울 한 철 병원 신세를 졌다. 병원에는 친지들이 입원해 있을 때 더러 병문안을 가곤 했는데 막상 나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모든 일에는 그 때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  
246 부억훈(訓)
오작교
472   2021-11-14 2021-11-14 16:17
가을이 저물어가니 초암(艸庵)에도 일손이 바쁘다. 산중의 외떨어진 암자에서 모든 이릉ㄹ 혼자서 해치우려면 두 다리와 양손으로는 늘 달린다. 겨울철에 땔 나무를 미리 마련하고, 도량을 손질하고, 또 추워지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추승구...  
245 진흙 속의 연꽃
오작교
457   2023-06-28 2023-06-28 09:14
지난해 여름, 전람회에 다녀온 한 친구한테서 경복궁 연당(蓮塘)에 연꽃이 피었더라는 말을 듣고, 나는 그다음 날 아침 부랴부랴 경복궁으로 갔었다. 오로지 연꽃을 보기 위해서. 그것은 황홀했다. 연못에 가득 담긴 청청한 연잎, 그 잎새에서 분홍빛 연꽃이 ...  
244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어라
오작교
457   2021-11-14 2021-11-14 17:36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옛말이 있다.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되어간다는 뜻이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들 서로가 닮아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구성원들 각자가 따로따로다. 흔히들 말하기를, 집은 있어도 집안은 없다고 한다. 가정...  
243 탁상시계 이야기
오작교
449   2023-03-21 2023-03-21 08:10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경우, 서투르고 서먹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36억인가 하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우선 만났다는 그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  
242 화전민(火田民)의 오두막에서
오작교
446   2023-07-15 2023-07-15 15:03
이따금 어디론가 훌쩍 증발해버리고 싶은 그런 때가 있다. 허구한 날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무표정하고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내 삶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열망이 안에서 솟구칠 때면 어디론가 훌쩍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241 마른 바람 소리
오작교
442   2023-03-21 2023-04-27 15:54
여름의 지열을 식히기 위해 그랬음인지 가을비답지 않게 구질구질 내렸다. 날이 들자 숲에서는 연일 바른 바람 소리, 구에 들리기보다 옆구리께로 스쳐 가는 허허로운 바람 소리. 그토록 청정하던 나무들이 요며칠 사이에 수척해졌다. 나무들은 내려다볼 것이...  
240 얼마만큼이면 만족할 수 있을까
오작교
436   2021-11-14 2021-11-14 17:35
여름철 그토록 무성하던 잎들은 서릿바람에 다 지고, 빈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묵묵히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묵은 잎을 떨쳐버리지 않고는 새잎을 펼쳐 낼 수 없는 이 엄숙한 생명의 원리를 지켜보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둘레를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우...  
239 직업인가 천직인가
오작교
435   2021-11-14 2021-11-14 17:29
무슨 서류를 만들 때 직업란을 두고 나는 망설일 때가 더러 있다. 생계를 위해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한다면, 내가 생계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선뜻 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무직' 이라고 써 넣기도 그렇고...  
238 일기일회(一期一會)
오작교
422   2021-11-13 2021-11-13 09:03
법문을 들으러 모인 천진한 아이들처럼 코스모스와 벌개미취가 법당 앞 화단에서 서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을날, 법회에 앞서 스님은 가까운 이들과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야운 선사의 <자경문>에 나오는 구절 “삭비지조(數飛之鳥)는 홀유이망지앙(忽...  
237 침묵의 의미
오작교
418   2021-11-14 2021-11-14 16:53
현대는 말이 참 많은 시대다. 먹고 뱉어 내는 것이 입을 기능이긴 하지만, 오늘의 입을 불필요한 말들을 뱉어 내느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끼리 마주보며 말을 나누었는데, 전자매체가 나오면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지껄...  
236 가을에는 차 맛이 새롭다
오작교
416   2021-11-14 2021-11-14 16:10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 기운에 밀려갔다. 요즘 산중의 가을 날씨는 ‘이밖에 무엇을 더 구하랴’싶게 산뜻하고 쾌적하다. 가을 날씨는 자꾸만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산자락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좁쌀알 같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던...  
235 차나 마시고 가게
오작교
415   2021-11-14 2021-11-14 16:20
한겨울 산중에는 불 때고 끓여 먹고 좌성하는 일이 주된 일과다. 몽고지방에 중심을 둔 한랭한 고기압이 끈덕지게 확장하던 그 무렵, 독(獨)살이에서 흔히 빠져들기 쉬운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참 혼이 났었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아무래도 방...  
234 나의 애송시(愛誦詩)
오작교
413   2023-06-28 2023-06-28 09:33
심신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청마 유치환의 <심산(深山)>이라는 시다. 시가 뭣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읽을 때마다 내 생활의 영역에 탄력을 주는 이런 언어의 결정을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