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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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727   2022-08-06 2023-02-27 19:46
173 나무ㅏ 아래에 서면
오작교
265   2021-11-14 2021-11-14 16:29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정정한 나무 아래 서면 사람이 초라해진다. 수목(樹木)이 지니고 있는 그 질서와 겸허와 자연에의 순응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부끄러워진다. 사람은 나무한테서 배울게 참으로 많은 것 같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가지 끝에서 ...  
172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14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171 파장
오작교
299   2021-11-14 2021-11-14 16:27
시골에서 장이 서는 날은 흐뭇한 잔칫날이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만 가는 세정(世情)임에도 장터에는 아직 인정이 남아 있다. 도시의 시장에는 차디찬 질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미가 없다. 시골 장터에 가면 예전부터 전해 오는 우리네의 포근한 정서와 인...  
170 소창다명(小窓多明)
오작교
296   2021-11-14 2021-11-14 16:26
현대의 우리들은 제정신을 차릴 겨를이 거의 없다. 제정신을 차리려면 차분히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외적(外的)인 여건으로도 잘 허락되지 않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그걸 감내하지 못해 뛰쳐나가버린다. 무엇엔가 의지하지 않으면 허물...  
169 무관심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6:25
며칠 전부터 밖에를 좀 다녀왔으면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미적미적 미루는 내 게으른 성미 탓도 없지 않지만, 가고 오면서 치러야 할 그 곤욕 때문에 오늘도 주저앉고 말았다. 곤욕이란 다른 게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운...  
168 소리없는 소리
오작교
335   2021-11-14 2021-11-14 16:24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  
167 빈 뜰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6:22
다래헌(茶來軒)에서 살던 때였다. 뜰에는 몇 그루의 장미꽃이 피어, 담담하던 내 일상에 빛과 향기를 드리워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갓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히고 눈과 귀가 멀려고 했었다.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율을 느끼던 그...  
166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오작교
343   2021-11-14 2021-11-14 16:22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 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이며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혹은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날이 ...  
165 해도 너무들 한다
오작교
287   2021-11-14 2021-11-14 16:21
사람이 살 만치 살다가 인연이 다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유일한 증거로서 차디찬 육신을 남긴다. 혼이 나가버린 육신을 가리켜 어감은 안 좋지만 시체(屍體)라고 부른다. 육신을 흔히 영혼의 집이니 그림자이니, 그럴듯하게 표현하고들 있지만 평소에는 그...  
164 침묵의 눈
오작교
300   2021-11-14 2021-11-14 16:20
선가(禪家)에 ‘목격전수(目擊傳授)’란 말이 있다.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사람기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도 사실은 언어 이전의 눈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을 설명하고 해설하고, 도 주석을 ...  
163 차나 마시고 가게
오작교
380   2021-11-14 2021-11-14 16:20
한겨울 산중에는 불 때고 끓여 먹고 좌성하는 일이 주된 일과다. 몽고지방에 중심을 둔 한랭한 고기압이 끈덕지게 확장하던 그 무렵, 독(獨)살이에서 흔히 빠져들기 쉬운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참 혼이 났었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아무래도 방...  
162 직립보행
오작교
480   2021-11-14 2021-11-14 16:19
오늘은 볼일이 좀 있어 세상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래야 백사십리 밖에 있는 광주시. 늘 그러듯이 세상은 시끄러움과 먼지를 일으키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온 걸음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좀 사고...  
161 불일암의 편지
오작교
314   2021-11-14 2021-11-14 16:18
산정(山頂)에 떠오른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겨울 숲처럼 까칠한 재소리가 들려옵니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숲을 울리더니 오늘은 잠잠합니다. 이곳 조계산은 단조로운 산이면서도 바람이 많습니다. 처음 이 산에 들어왔을 때는 가랑잎을 휘몰아가는 바람소...  
160 부억훈(訓)
오작교
443   2021-11-14 2021-11-14 16:17
가을이 저물어가니 초암(艸庵)에도 일손이 바쁘다. 산중의 외떨어진 암자에서 모든 이릉ㄹ 혼자서 해치우려면 두 다리와 양손으로는 늘 달린다. 겨울철에 땔 나무를 미리 마련하고, 도량을 손질하고, 또 추워지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추승구...  
159 숲에서 배운다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6:15
산을 떠나 6, 7년 시정(市井)의 절간에서 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얻은 것이라면 이 어지러운 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세상 물정을 몸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잃은 것은 내 안에 지녔던 청청한 빛이 조금씩 바래져 갔던 점...  
158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오작교
350   2021-11-14 2021-11-14 16:13
이제는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득거린다. 풀벌레 소리가 여물어가고 밤으로는 별빛도 한층 영롱하다. 이 골짝 저 산봉우리에서 가을 기운이 번지고 있다. 요 며칠 새 눈에 띄게 숲에는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어떤 가지는 벌써부터 시름시름 ...  
157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16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56 가을에는 차 맛이 새롭다
오작교
397   2021-11-14 2021-11-14 16:10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 기운에 밀려갔다. 요즘 산중의 가을 날씨는 ‘이밖에 무엇을 더 구하랴’싶게 산뜻하고 쾌적하다. 가을 날씨는 자꾸만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산자락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좁쌀알 같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던...  
155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갖이하랴
오작교
337   2021-11-14 2021-11-14 16:09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낮게 깔리는 걸 보고 점심 공양 끝에 서둘러 비설거지를 했다. 오두막 둘레에 무성한 가시덤불과 잡목을 작년 가을에 쳐 놓았는데, 지난봄에 단을 묶어 말려 둔 것을 나뭇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몇 차례 비를 맞힐 ...  
154 눈 고장에서 또 한번의 겨울을 나다
오작교
336   2021-11-14 2021-11-14 16:08
언젠가 아는 분이 내게 불쑥 물었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난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 무심히 뱉은 말이지만 이 말 속에 내 조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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