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33   2022-08-06 2023-02-27 19:46
173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오작교
281   2021-11-13 2021-11-13 09:48
봄을 지나 여름으로 건너가는 5월 마지막 주, 흰 구름 몇 개가 떠다니는 화창한 날씨 속에 하안거 결제법회가 열렸다. 스님은 “이 5월, 절에 행사가 너무 많아 제가 주주 나타나서 피차 신선감이 덜합니다.”라는 인사말로 법문을 시작했고, 그 말...  
172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오작교
275   2021-11-13 2021-11-13 09:50
해마다 이맘때, 햇차가 나올 무렵이면 산에는 꾀꼬리가 찾아온다. 스님은 “꾀꼬리 소리 들으면서 햇차를 마시면 차 맛이 향기롭다.”는 말로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 법문을 시작했다. 절 마당 가득히, 키 큰 느티나무 위에도 연등들이 걸리고, ...  
171 흙방을 만들며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4:04
올 봄에 흙방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도자기를 빚는 이당거사의 호의로 흙벽돌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산골에 얼음이 풀리자 실어왔다. 4월 한 달을 꼬박 방 한 칸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산 아래 20리 밖에 사는 성실한 일꾼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했...  
170 인디언 '구르는 천둥'의 말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4:06
여기저기서 꽃이 피고 잎이 열린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귀에 익은 새소리들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난다. 자연의 질서, 순환의 흐름은 이렇듯 어김없다. 먼지와 소음과 온갖 공해로 뒤덮인 번잡한 길거리에서, 그래도 철을 어기지 않고 꽃과 잎을 펼쳐 보이는 ...  
169 시간 밖에서 살다
오작교
289   2021-11-14 2021-11-14 14:07
삼복더위에 별고 없는가. 더위에 지치지나 않았는가. 더위를 원망하지 말라. 무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가을바람 속에서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맛이 든다. 이런 계절의 순환이 없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삶을 ...  
168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오작교
361   2021-11-14 2021-11-14 14:07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깨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떠졌는데도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다음 고이 잠들 ...  
167 자기 관리
오작교
296   2021-11-14 2021-11-14 14:08
가을이 짙어간다. 서리가 허옇게 내리고 개울가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상급한 나뭇잎들은 서릿바람에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나는 올 가을에 하려고 예정했던 일들을 미룬 채 이 가을을 무료히 보내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로 영동지방 일대는 어디라 ...  
166 너는 세상 어디에 있는가
오작교
317   2021-11-14 2021-11-14 14:09
12월이다.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이르렀다. 지나온 날들이 새삼스레 되돌아 보이는 마루턱에 올라선 것이다. 마르틴 부버가 하시디즘(유태교 신비주의)에 따른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  
165 바람부는 세상에서
오작교
294   2021-11-14 2021-11-14 14:09
지난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제를 쳐내는 데 쓰...  
164 새벽 달빛 아래서
오작교
306   2021-11-14 2021-11-14 14:10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  
163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오작교
344   2021-11-14 2021-11-14 14:11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땔감을 마련했다. 한여름에 땔감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게 여길지 모르지만, 궁벽한 곳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오두막에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일꾼이 지난봄에 일을 하러 올라...  
162 새벽에 내리는 비
오작교
333   2021-11-14 2021-11-14 14:12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곤소곤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  
161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작교
307   2021-11-14 2021-11-14 14:12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딱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에도 아궁이의 재를 쳐...  
160 달빛에서 향기가 나더라
오작교
380   2021-11-14 2021-11-14 14:14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가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 없이 정다운 얼굴이다. 잠옷 바람으로 뜰을 어정거리면서 달빛을 즐기다가 한기가 들면 방에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겉옷을 걸...  
159 명상으로 삶을 다져라
오작교
312   2021-11-14 2021-11-14 14:16
산들바람에 마타리가 피어나고 있다. 입추가 지나자 산자락 여기저기에 노란 마타리가 하늘거린다. 밭둑에서 패행이 꼬치 수줍게 피고, 개울가 층계 곁으로 늘어선 해바라기도 며칠 전부터 환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풀벌레 소리가 이제는 칙칙한 여름 ...  
158 홀로 있음
오작교
312   2021-11-14 2021-11-14 14:17
겨울철이면 늘 하는 일과인데도 그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일만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도 철따라 비슷비슷한 되풀이인데, 막상 일에 마주치고 보면 처음 겪는 일처럼 새롭기만 하다. 도끼로 얼음장을 깨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을 길어다 쓴다....  
157 참된 여행은 방랑이다
오작교
349   2021-11-14 2021-11-14 14:19
여름에는 더위와 물 것 때문에 멀리했던 등불이 가을밤에는 정다워진다. 맑은 바람 불어오고 청랭한 기운 감돌면 풀벌레 소리 곁들여 등불을 가까이하게 된다. 호수나 시냇물도 가을이 되면 드높게 갠 하늘을 닮아서인지 보다 말고 투명해진다. 우리들의 심금...  
156 사람과 사람사이
오작교
313   2021-11-14 2021-11-14 14:20
한 경제 연구소가 전국 3천 1백 8가구, 7천 4백 93명을 조사 대상으로 고정시켜, 지난 93년부터 매년 가구당 경제활동을 조사하여 최근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이웃과의 단절현상이 두드러져서 주민의 절반 정도가 하루에 한 번도 ...  
155 마른 나뭇단처럼 가벼웠던 몸
오작교
318   2021-11-14 2021-11-14 14:21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다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出世間)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  
154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오작교
323   2021-11-14 2021-11-14 14:21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중 천지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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