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화 / 황동규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의 말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귀 맡기고 있으면
흔들리던 마음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창가에 걸려 있는 흐린 하늘을
커튼 걷듯 걷어서
세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찌푸리고 있는 얼굴 위로
활짝 웃는 입 모양 그려 넣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흐린 하늘은 금방 울음을 터뜨릴지 모릅니다
찌푸리고 있는 얼굴은
또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에
힘겨운 건지도 모릅니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심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더 큰 이유는
상처받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J'aime / Carave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