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넋두리 열두 구절 ♠ 
  
  
 
 1. 우리엄마 나 낳을적에 서 말 서 되 피를 쏟고
    우리엄마 나 기를적에 여덟 섬 너 말 흰젖 먹였네
 
 2. 혹시나 병이 들까 배고플까  가슴 조이며
    젖가슴에 손을 데워 金枝玉葉으로 나 길렀네  
 
 3. 우리엄마 나 잉태할 때  먹구렁이 태몽 꾸었나봐
    저 능구렁이 같이 능글맞은 사내에게 낚였네
 
 4. 맨발로도 못따라갈 이 세상인데
    양주 폭탄주 다 퍼마시고 담장밖 꽃도 넘보았네
 
 5. 쌀 한 됫박 사려고 구걸하듯 손내밀 때, 
    좋은 인상 뻔데기 되니 벌린 손 부끄러워 
    빈손으로 돌아 왔네
 
 6. 세상물정 몰랐어도 사내 품은 그리웠는지
    달덩이 같은 아들 낳고 양귀비 같은 딸을 낳아 
    보람 있었네
 
 7. 아비 거둥 닮을까 봐 온갖 시련 겪으면서
    능글맞은 것이야 두고라도 주색껍질 벗기만을 
    소원 했었네
 
 8. 내 팔자 탓하며 악착같이 살았더니 세월이 약이되어
    주색껍질 허물 벗고 이제서야 조강지처 알아 주네
 
 9. 애비 눈치보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 덕 좀 보려 하였더니
    장가가고 시집가서 제 잘난 멋으로 살려하네
 
10. 늙으막에 지난 세월 회상하며 오순도순 살려는데
    海狗 같던 그 정력 어디에다 쏟았는지 쌀쌀맞게 돌아눕네
 
11. 늙어지면 등 긁어 줄 사람 부부 밖에 없다기에
    선심 써서 긁어주려다 구박받던 생각이 나서 
    오르던 손 내려 오네
 
12. 숱한 고생하면서도 모아 둔 비자금을 주려다가
    전에 있던 그 버릇이 또 도질까 봐 떨리는 손 
    망설여 지네.  
                               - 죽암 장석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