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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연못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작교 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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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연못’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제가 있는 곳에도 그런 연못이 있습니다. 정원에 서 있는 탑이 물에 비치도록 땅을 파고 물을 채워 작은 연못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거울처럼 뭔가를 비추도록 설계된 연못을 ‘거울연못’이라고 부릅니다.

   거울연못에 비친 탑은 때로 실제 탑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달이라도 휘영청 떠서 연못을 환하게 비추면 거울연못 속의 탑은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일렁거립니다.

   외출할 때 벽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시는지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의 이면엔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신경 쓰는 마음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처럼 삶에서도 혹시 실제의 내가 아닌 나의 이미지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요? 달밤, 거울연못에 비친 탑처럼 말입니다.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염려하는 마음은 실제의 자신보다 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게 합니다.

   아, 그렇다고 거울을 보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거울 속의 내가 참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한번쯤 가져보자는 것이지요. 연출된 이미지는 밖에서 보기에 그럴듯할지 몰라도 그건 실제의 ‘나’가 아닙니다. 어쩌면 한평생 우리는 가면극 속의 가면처럼 ‘이미지’에 속아 인생의 소중한 기회를 놓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엔 실제의 탑보다 거울연못에 비치는 탑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 위에 비친 탑인 줄도 모르고 탑을 치장하기 위해 내미는 그들의 명함엔 깨알 같이 적힌 직함들이 달빛을 받아 일렁거립니다.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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