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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그물코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작교 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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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조건부로 살고 있진 않은가요.

   조건이 많은 사람은 제약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떠어떠할 때만 어떤 일을 한다거나 여건이 갖추어질 때만 일을 할 수 있다는 등 조건을 내세워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제약하는 일입니다.

   사랑이나 자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기 힘들고, 자비심을 베풀기 힘들어도 너무 많은 조건을 걸어놓거나 넘어설 수 없는 고집 같은 조건에 묶여 있는 건 스스로를 힘들게 합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세상을 살기란 쉽지 않지만 너무 빡빡한 조건보다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조건이 세상 살아가기엔 편합니다. 촘촘한 그물코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느슨한 그물코를 빠져나가기란 쉬운 법입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인생의 그물코.

   나이를 먹으면 그런 그물코들은 대부분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뭔가를 독점하려고 하는 행위는 마음의 본성이 하는 일이 아니라 에고가 하는 일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조건부 인생 또한 에고가 하는 일이지 결코 마음의 본성이 하는 일은 아닙니다. 나만이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에고의 논리라는 뜻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자비심을 나눠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의 본성으로부터 솟아나는 나눔과 베품을, 우리는 언제나 할 수 있을까요.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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