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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절망의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다 보면

오작교 3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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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울었으면 물푸레 잎이 마르듯 눈물이 말라 버렸어요.

얼마나 울었을까요. 5분마다 수십 번 울려대던 알람시계도 지친 듯 저절로 멈춰버렸어요.

내가 선택한 길이 여전히 안개 속이네요.

 

나 어디로 가야할까요? 얼마만큼 가야 빛이 있은 출구가 보일까요?

이 순간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를 가든지 너를 지키며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룰 때까지 너를 떠니 않으리라.'

 

치솟는 슬픔에 눈을 감았어요.

갑자기 사강이 생각이 나고 전혜린, 기형도의 처절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가네요.

아마 그들도 악을 쓰며 자신과 싸우다가

벼랑 끝에서 오른쪽의 삶이 아니라 왼쪽의 죽음을 택한 것 같아요.

 

나를 방어하기 위해 키웠던 은둔, 고독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치는 느낌이예요.

내가 웃으며 세상의 나를 위해 웃고 내가 울면 세상이 나를 위해 울어 줄 거라 생각했어요.

이유는 세상을 위해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내가 웃을 때도 함께 웃어주지 않았고

내가 울 때는 더 많이 울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어요.

 

나를 짓누르는 이 무게를 던져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조용히 저물고 싶어요.

세상 밖으로 뻗어있는 뿌리를 거두고 싶어요.

슬픔에 베인 아린 기억들이 붉은 피가 되어 내 앞에 뚝뚝 떨어져요.

 

사람들은 말하죠. 죽음보다 고통의 이 순간이 평화일 거라고.

이 차가운 마룻바닥이 천국일 거라고.

 

밤새도록 아픈 줄 모르고 긴 손톱으로 심장을 긁어댔어요.

손톱에 피가 고였어요. 흐르는 눈물에 난폭하게 흘러갔던 시간을 불러 곁에 앉혀 주었어요.

잔인한 고통을 느끼며 더 큰 고통을 쏟아부었어요.

 

탈피를 하려고 죽도록 버틸 때까지 절망의 숲에서 나뒬굴 거예요.

구체적인 절망의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다 보면 그 너머로 건너가겠죠.

희망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견뎌 이겨낼 거예요.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실 거죠?

 

111.jpg

 

 글 출처 :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김정한, 미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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