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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로 가지 않았던 것처럼 / 나를 격려하는 하루

오작교 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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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사는 라다크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외지인들에 의해 전해졌습니다. 외지인들 중에는 잠시 여행자처럼 들렀다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지인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여성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통해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했는데, 특히 그들의 정신적인 강인함을 인상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겨울 한철을 꼬박 다른 곳에서 보내다가 선물을 가득 준비해 라다크로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만에 돌아왔으니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반가워하고, 선물을 보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라다크 사람들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고, 선물도 뜯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무척 서운했겠지요.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이 돌아오면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반겨주는 법이니까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그녀는 알았습니다. 라다크 사람들은 그녀가 마치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것처럼 대해주었음을.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 그 대목에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마음에 깊은 평화와 지혜를 지닌 사람들만이 오래 떠나 있던 사람을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것처럼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강한 사람들이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떠난 사람을 눈물 참아가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는 사람들. 라다크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들입니다. 정에 강한 사람들, 사랑에 강한 사람들.

   변덕스러운 시대, 가벼운 마음에 지친 우리들에게는 바로 그런 정서가 절실히 필요하겠지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것처럼 한 사람을 아끼고 이해하는 마음. 늘 곁에 있었던 것처럼 한결같이 대해주는 깊은 마음이…….

글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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