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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수행자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오작교 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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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암자 앞마당에 피어있는 할미꽃을 잠시 봤습니다. 올 봄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두 번밖에 눈길을 주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어느새 꽃은 다 지고 하얀 꽃대만 비를 맞고 있습니다. 둥굴레와 옥잠화들도 마치 아이들이 몰라보게 키가 자라듯 늘씬늘씬하게 키가 커졌네요.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도 않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저 자체로 아름답게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꽃들에게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됩니다.

 

혹시 바닷가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의 이름을 아시나요?

 

해미석, 바다 海 아름다울 美의 해미석이 비에 젖은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들은 비가 와도 허라 아프다는 말도 안 하고, 날이 궂으니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어떤 핑게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마치 감사라도 하듯이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습니다.

 

소리없이 피었다가 지는 꽃에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그렇게 비 밎고 있는 해미석을 보며 저는 화두 삼매에 빠져 있는 수행자의모습을 보게 됩니다.

 

 

글 출처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젇목스님, 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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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안나 2022.05.12. 16:58

20220512_154716.jpg

 

한 시절, 바닷가에서 닳고 닳아진 자갈돌을 주워 모은 적이 있지요

그렇게 닮고 싶어서요

간절했던 저의 마음 속에서는 자연 모두가 스승이었던 거죠

묵묵히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작고 작아질 수밖에 없음인 지라

 

글이 너무 아름다워

녀석들을 줍던 그 시절로 돌아가 담금질해 봅니다

지금도 좋지만 그때도 참 좋은 시절이었음에 감사하지요

 

지기님의 나눔에도 감사드려요

하늘의 축복과 함께 하는 날들이 되세요

수혜안나 2022.05.12. 17:08

자연에 전념할 때, 즉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에 온 마음을 둘 때

나는 생각의 감옥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생명과 연결될 수 있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개 한 마리에 온 마음을 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돌 하나를 지각하고

나의 맑은 마음속에 온전히 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그러함如如'을 그대로 두어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

 

마침 제가 보던 책에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

오작교 글쓴이 2022.05.12. 18:49
수혜안나

저는 꽃이 예쁘다고 꺾어서 화병에 담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뭣이든 간에 '그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거든요.

 

예전에 파출소장을 할 때 파출소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은

따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눈덮인 감들이 예쁠 것 같아서지요.

그리고 그곳이 남원역전 파출소라서 여행객들이 좋아할 것도 같고.

 

많은 관광객이며 여행객들이 감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서 행복했었는데, 꼭 한두 명 

그 감나무를 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때문에 나무를 꺾느냐고 물으면 "예뻐서"랍니다.

왜 사람들은 예쁘면 꺾는지 모르겠습니다.

두고 보아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인데.

 

좋은글 고맙습니다.

수혜안나 2022.05.12. 20:51

자기만 보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그러지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 팔하나도 꺾어 놔 봐야

아픈 걸 공감할 텐데 ㅋ

여명 2022.05.13. 11:42

두분의 대화속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스님의 글,그리고 두분의 대화

묵상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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