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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등을 맞대고 / 저녁에 당신에게

오작교 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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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사진집 한 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뉴욕에 살고 있는 노부부들, 5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커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이었죠.

   올드패션이 역력한 옷차림에 주름살이 가득한 노부부의 입맞춤, 주름진 손을 꼭 잡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사진, 백발의 커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사진,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들이 함께한 세월이 헤아려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낸 커플들이 그렇게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겠죠. 하지만 어제 부모님의 모습을 본 뒤로 그녀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퇴직하신 지 일주일.

   30년 넘게 출근하던 일상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하는 아버지의 상실감을 그녀가 다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아버지의 퇴직은 사실 모두에게 당황스럽고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불편하실까 봐 거실에도 자주 나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너무 안 나가면 피한다고 생각하실까 봐 방에만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일밖에 몰랐고 감정표현을 잘할 줄 모르시니 한없이 펼쳐진 이 시간이 얼마나 힘겨울까, 마음이 아플 뿐이었습니다.

   어젯밤 물을 마시려고 밤늦게 방문을 열었다가 그녀는 보았습니다. 불 꺼진 거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을 서로 기대고 앉아 계신 것을.

   서로에게 등을 내어준 채 말없이 기대어 앉아 있는 실루엣. 함께한 수많은 시간과 수많은 말이 맞닿은 등과 등 사이를 오가고 있었겠지요.

   그녀는 가만히 방문을 닫고 들어왔습니다. 마음 안에 산처럼 솟았던 걱정들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물 받은 사진집과 부모님의 모습을 겹쳐보며 그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아버지와 어머니도 사진첩 속의 노부부들처럼 50년쯤 함께 하신 뒤에도 입맞춤을 나누고, 오랫동안 달빛 아래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며 늙어가실 거라고. 곁은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끼리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한 시절이 끝난다는 것이 아주 두려운 일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씨앗처럼 마음에 심어두었습니다.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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