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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껴안기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오작교 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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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결핍은 치유해야 하는 상처가 아니라 기꺼이 사랑해야 하는 것. 결핍을 잘 다스리면 인내가 되고, 빛나는 자존감이 되며, 남다른 이해력이 된다.

   식구들이 다 잠든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우편함에 몰래 넣어두었던 쇼핑백을 조심스럽게 가지고 들어왔다. 마치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선 그녀, 쇼핑백을 여는 즐거움보단 죄책감과 참담함이 훨씬 컸다. 그녀의 컴퓨터에서는 몇몇 쇼핑 사이트가 늘 그녀를 유혹하고 있다. 이미 저지른 것이 많아 선뜻 사지는 못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몇 개의 옷과 가방과 신발들도 있다. 입지도 않을 옷과 필요하지도 않은 가방에 마음이 가 있는 건 무슨 까닭일까?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는 쉽게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지도 않을 것을 장바구니에 저장해둔다면, 쇼핑한 것을 식구들 모르게 가지고 들어온다면 쇼핑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쇼핑중독의 뒷면에는 결핍이 있다. 그 사람이 사고 싶은 건 옷이거나 가방이지만 그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관심이거나 사랑, 동경, 혹은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 결핍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가 허전함을 부르고, 허전함이 자꾸 빈자리를 채우라고 흔들기 때문이다.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질적 결핍만이 아니라 정서적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결핍은 채우거나 치유해야 할 상처가 아니라 기꺼이 껴안고 사랑해야 하는 것. 결핍을 잘 다스리면 인내가 되고, 자존감이 되며, 결핍을 잘 굴리면 남다른 이해력이 된다. 그러므로 당신의 결핍을 허무한 것들로 성급하게 채우려 하지 말 것. 당신의 결핍을 잘 다스려 다른 것들과 눈부시게 융합되도록 할 것. 당신의 결핍이 당신을 남다른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므로.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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