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 오늘의 오프닝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늘 마음에 새기는 말입니다.
과학수사를 하는 미국의 수사 기관 출입문 위에 이 문장이 써 있다고 하지요. 이 문장을 명심하면서 하나의 미세한 증거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과학 수사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무시무시한 범죄 현장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어쩐지 이 말은 무척 철학적으로, 또 시적 은유로도 다가옵니다. 삶에 아주 유효하고도 적절한 표현입니다. 칼날 같은 증거가 아니라 따뜻한 증거로서 말이지요.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서면 그 만남의 흔적이 아랫목 온기처럼 은은하게 남고, 존경스러운 분을 만났을 때는 삶의 좌표가 조금 나은 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멋진 사람을 만나고 나면 삶에 새로운 의욕이 솟으면서 당분간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매운 사람을 만나면 한동안 마음이 얼얼하고 날카로운 만남 뒤에는 칼로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남기도 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은 만남이고, 그 만만이 남기는 흔적은 기억이 됩니다. 사람과 사물,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접촉이 남긴 흔적이 삶입니다.
때론 상처가 되고, 때론 영광이 되고 기쁨이 되는 흔적들. 내가 겪는 흔적과 접촉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나는 당신의 삶에 따뜻한 흔적, 좋은 흔적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출처 : 김미라(오늘의 오프닝, pap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