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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 나의 치유는 너다

오작교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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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이 우주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내 생의 전부다.


   겸손을 말하면서도 그 겸손을 온전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린 남이 잘난 체하면 그 꼴이 보기 싫어 돌아서 버리고 만다.

   남이 있는 척할 때, 그런 모습이 보기 싫고 심사가 뒤틀리는 것은 자신 또한 있는 척, 잘난 척하는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남들이 잘났다고 인정해주지도 않는데 혼자서 잘난 척하는 그 ‘척하기’는 그럼 뭘까? ‘척하기’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실제로 믿고 있는 것에 저항하기’라고 한다.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하지만, 실제 마음속으로는 사실 난 잘나지도 못했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고 믿으면서도 모순되게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게 저항한다는 것이다. 주눅 든 마음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깥으로 표현할 때는 그와 반대로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하는 것이 바로 ‘척하기’이다.

   ‘척하기’가 심한 사람의 내면엔 대부분 커다란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잘난 척하지만, 사실은 잘난 사람이 아니고, 있는 척하지만, 사실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 나고 못난 사람이 ‘척하기’의 주인공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가 가지고 있지 못한 어떤 것을 강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명품만을 심하게 찾는다거나 유난히 스펙을 내세우는 사람이 그런 부류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가짜 학력 소동 같은 것이 바로 그런 것으로, 소동의 주인공들은 다 취약한 내면을 ‘척하기’로 포장한 채 살아가니 인생이 연극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인생이야말로 한 편의 연극인 셈이다.

   마음을 다루는 공부에선 이 ‘척하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면, 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그 마음을 얼른 알아차려서 올라오는 그 자리에 바로 놓아버리는 것이 마음의 기술 중 하나다.

   우리 마음속엔 잘난 체하는 원숭이, 아는 체하거나 있는 체하며 짓 까부는 원숭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원숭이 등, 수많은 ‘척하기’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 마음속의 그 원숭이들이 설치며 돌아다니는 동안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며 그래 잘한다. 잘해, 하며 오히려 부추기거나, 마치 남의 일 바라보듯 이놈 얼마나 까부는지 보자, 하며 바라볼 수 있는 경지가 척하는 마음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첫 번째 단계다. 그렇게 하는 동안 설치며 다니던 원숭이는 쑥스러워져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 마음속의 원숭이를 발견하고, 자신에게 척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척하는 줄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렇게 놓아버리는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불필요한 ‘척하기’로부터 떨어져 나와 마음은 한결 단순하고 자유로워진다. ‘척하기’를 자주 하는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웃기는 인간이야’라고 밀어내기보다 ‘열등의식이 많은 사람이구나’하고 가엽게 보는 것이 좋다. 가엽다는 마음은 자비심을 불러일으켜 뭔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게 된다. 그렇다고 물론 도와주는 척해선 안 되고 진심으로 도와야 나 자신도 성장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내 생의 전부이듯, 상대 또한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사람 생의 전부를 걸어놓고 살아간다. 그러나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취하며 살아가는 ‘척하기’는 인생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외도 같은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내 인생을 살아야 할 사람이 ‘척하기’를 통해 내 것 아닌 남의 인생을 산다면 그에 대한 손실 또한 그 사람이 입게 되며 그 손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신뢰의 상실이다.

   자기 인생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누가 믿어주겠는가? 광활한 이 우주에서 우리가 서로 만난 것만 해도 큰 인연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직하게 대하며 좋은 인연으로 맺게 될 때 나의 우주 또한 넓어지고 확장된다.

글출처 : 나의 치유는 너다(김재진, 쌤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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