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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추위

오작교 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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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버스에서 바로 그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가 탄 걸까?’ 놀라며 두리번거리다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그의 향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것은 모직 옷감이 품고 있는 냄새와 나프탈렌의 향과 담배 연기가 합쳐져 만들어 낸 것이었음을.

 

첫추위가 찾아와 지난겨울에 넣어 둔 겉옷을 꺼내 입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첫추위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아에 만들어진 ‘그의 향기’를 추억하는 사람이 있음을.

 

문을 닫아걸고 안으로 들어와 앉는 계절.
불기 없는 방에서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아프고 서러울 때도 많은 계절입니다.


이마에 내려앉은 차가운 기운에 눈을 뜨면, 링 위에 오르기 직전의 권투 선수처럼 온갖 상념이 창밖에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건져 올려서 맨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게 하는 이름.
외투를 입고 나가지 않아도 삶이 따뜻하다고 느끼게 했던 그 이름.
정해진 궤도를 도는 혜성처럼 첫추위가 찾아오면 반드시 마음을 다녀가는 이름.
내복 같고, 외투 같고, 시린 목을 감아 주는 스카프 같던 바로 그 이름.

 

글 출처 : 위로(김미라 글 : 샘터) 中에서..

 


배경음악  Allura / Chris Sphe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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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글쓴이 2009.08.11. 14:15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누구의 몇 번째로 생각이 나는 이름인지를......

너무 많이 떠오르지도,
너무 많이 잊혀지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과분한 욕심이겠지요?
CCamu 2009.08.12. 13:30
수의 비극 / 이어령

수를 세는 버릇 때문에 때때로 엉뚱한 싸움이 벌어진다.
‘많다’ ‘적다’ 이러한 말들이 숫자로 표현되는 순간 우리는 작은 차이에 집착하게 되는 까닭이다.
말하자면 우리 형제에게 주시는 어머니의 과자 분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작은 별사탕들을 한 움큼씩 집어 주셨다.
그러면 형과 나는 분배받은 별사탕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자기 몫을 세었다.
내 몫이 형보다 적으면 어머니가 나를 그만큼 덜 사랑하신다고 생각했다.
셈이 끝나면 싸움이 벌어진다.
“형은 몇 개?” “서른 넷.” “난 서른하나. 형이 세 개 많으니까 두 개만 내놔.” 이러다 주먹이 오간다.

어머니는 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가 보다.
그 뒤 별사탕을 똑같은 수로 나눠 주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가 붉은색 별사탕을 더 많이 가졌느냐로 시비가 붙었다.
형제는 또 멱살을 잡다 결국 어머니에게 매를 맞았다.
그러나 누군가 말리는 틈을 타서 도망쳤다.

인적이 끊긴 밤길.. 무서웠다.
“개구리가 운다. 그치?” 형이 속삭였다.
하지만 울음 소리를 세지 않았다.
어떻게 들으면 한 놈이 우는 것 같고, 또 어떻게 들으면 수만 마리가 우는 것 같은 소리.
사실 그것을 누가 셀 수 있겠는가.

그날 밤, 형과 나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서로 용서했다.
나는 그때 숫자의 비극 같은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다시는 숫자를 세지 않으리라.’
서로 움켜잡은 두 손에서 내 손과 형 손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운 밤.
따스한 것만이, 어렴풋한 것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中 -

음악이 어렴풋한 기억을 깨우는 듯, 참 좋습니다.
오작교 글쓴이 2009.08.13. 08:20
CCamu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숫자이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간의 숫자로 시작을 해서,
저녁에 다시 잠을 청할 때의 시간이 숫자까지.......

그러고보니 너무 많은 것들을 숫자로 인하여 잃고 산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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