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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한담 6-중랑천은 흘러가고

청하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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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한담 6-중랑천은 흘러가고

청하 권 대욱


오늘은 중복날, 기어이 직원들과 같이 몸보시하여준 닭의 은혜로움을 생각하면서 삼계탕을 한 그릇하였다
보신이라, 보신..
삶의 작은 방편이리라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원망스러워 바라보는 눈길이 어린 사절 종조부님의 가뭄 때 하늘을 쳐다보니 그 시선과 문득 닮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날.
그래 바로 천수답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이런 날, 아니 가뭄 때 갈라지는 눈 바닥을 바라보며, 한탄에 섞인 한 쉼을 내어 쉬면서 짓는 표정이 생각난다.
같이 나는 생각은 역시나 시원한 소솔 바람과, 한 줄기의 소낙비, 그리고 졸졸 흘러가는 깨끗한 작은 시냇물 - 등목 정도는 할 수 있는 -이 생각난다.

토요일 멍 하니 바라보는 나팔꽃의 줄기,
올 봄에 작년에 받아 둔 몇 알을 강낭콩과 옥수수와 봉선화씨앗을 몇 개의 작은 화분에 나누어 파종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왕성한 생육을 자랑하면서 급기야는 도심의 담장을 점령하고, 이웃집의 울안으로, 대문 밖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선 이제는 하루에 대략 20여 송이식 아침 출근길에 인사를 한다,

약간은 흰 빛이 도는 분홍색의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그 덩쿨이 무서리치게 무서웠을 것 같다.
부드러운 어린 싹들이 태양광을 받아 차츰 크더니만, 옥수수의 가녀린 줄기를 휘감고, 강낭콩과 같이 어울어져 아주 제멋을 낸다.
정도가 지나쳐서 다래넝쿨을 덮어버리고 우리 집에 포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지금까지 워낙이 화초를 좋아하는 나의 천품으로도 무서움을 느낄 정도이다.
다행히 고추는 별도의 위치에 있어서 그 엄청난 서슬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토요일 날, 강낭콩의 꼬투리를 몇 개 땃다,
많게는 다섯 알 올망졸망 앉아 있는 자태, 아무 고운 색깔을 보여준다.. 아직은 파아란 것들은 그대로 두었다. 어제 일요일, 처음으로 그것을 요리하여 들어 보았다.
자라서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한 강낭콩, 수량이나 그 맛을 따지기에 앞서 작은 희열을 느껴보았다. 몇 알은 남겨두었다가 실한 것을 골라 내년에 다시 파종하여 보아야지..

고추야 이미 몇 번을 수확하였다,.. 저녁 날 몇 개를 따서 -그 고추는 청양고추-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 물론 그 매운 맛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작은 녀석이 맛있다고 물어본다, “음 맛이 있어, 너도 한 번 먹어봐”
그냥 “악” 소리가 난다. 정말 우스운 장면이 연출된다. 작은 웃음이라고 해야겠다.

봉선화가 웃자라고 하여 한 그루만 남겨두곤 모두 처분하였다. 싹뚝 짤라 버릴 때는 마음이 안 스럽지만 한 그루에서 많은 씨앗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장소를 옮겨, 나팔꽃의 그늘을 피하게 하여 주었다.
아이들의 옛 추억을 살려주는 정도로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메꽃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것 같다. 참 자연이라는 것은 말이 없어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느끼는 나날이다.
한편으로는 거미줄이-아마도 호랑 거미-진을 치고 있다. 몇 군데에 자리잡고 작은 정원에 찾아드는 곤충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먹고 살려는 녀석들이니 그냥 그대로 둔다.
어느 것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으랴..

붓꽃은 자리를 옮겨준지 며칠 사이에 겨우 삶을 재생하려는 듯, 힘들어하던 표정을 거두고 똑 바로 서 있다. 겨우 10여 센티의 키를 가진다..
녀석이 제대로 커 줘야 아름다운 그 꽃 자태를 바라볼 텐데, 분 갈이를 하여주면서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바로 작년 가을녁에 절에서 시들어진 호접란을 몇 개 얻어와서 집의 빈 화분에 심었는데, 조금 더 꽃을 보여주더니만, 그제사 인연이 다한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남은 줄기를 잘라 거름으로 하였는데, 아뿔사, 작은 줄기에서 파아란 새로움이 눈에 보인다.. 아, 대단한 자연 이로다…

잘 카워아겠다.. 내년 초파일에는 분명,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든다.

우리집 단풍이야 가장 정든 녀석이다. 이제는 제법 분재티를 내고 의젓한 자태를 자랑한다,
올 가을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할 지 지켜보아야겠다.
팽나무는 고향가면 삼백년의 수령에다가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지만 우리집의 녀석은 이제 겨우 두살 박이, 그래도 명문의 후손인지 조그마한 것이 자세는 아주 의연하다. 잘 키워 아이들한데 물려주어야지, 너무 과욕인가?

봄 날 먹고 남은 낑깡? 의 씨앗이 두 그루 발아하여 그 중 하나가 살아있다.
옮겨주었더니 이제는 파릇한 생기를 보여준다.

어제 오후에는 큰 맘 먹고 태양을 등 뒤로 하면서, 나의 소중한 애마, 자전거를 끌고는 중랑천변에 나갔다.
아무도 없는 강변의 모습,
그래도 한 두어 분의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기에 여념이 없다. 잉어를 낚은 강태공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다가보니 거의 두어자 크기의 잉어가 물결을 일으키고, 희열에 찬 강태공의 표정은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자부심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릴을 감고 좌우로 낚시대를 움직인다.

물고기가 상당수 있었다, 붕어와 잉어, 그리고 은빛 나는 물고기가 있다. 처음보는 물고기이다.. 농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설마 농어는 아니겠지? 궁금하면 물어보는 성격상 잠시 후에 이 고기 이름이 뭐나고 하니 “눈치”라고 하신다. 눈치?
옆에 분이 나를 쳐다보더니 눈치가 아니고 누치란다. “이 녀석은 원체 맛이 없는 고기라서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한단답니다.” 그리고 신기한 말씀 한 마디, “애들은요 혼자 다니는 법인 없어요, 꼭 짝과 같이 다닌답니다..”
거참 신기한 소리이다… “물고기도 그래요?” “중랑천에 어디 이녀석들 뿐인줄 아십니까?
메기도 나지요, 참게도 있고요..물이 참 많이 맑아졌답니다”
그렇다 중랑천은 정말 많이 맑아진 것은 사실이다. 환경단체회원이 나로서도 그리 느낀다.
저녁에는 기어이 인터넷을 뒤지어 누치라는 녀석의 신상명세를 살펴보았다. 내 홈에다가 그 것을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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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은 흘러가고

청하 권대욱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빛에
잠자리 날개도 한들거립니다.
천의무봉 관세음 미소자락인양
저 푸른물에 흘러가는 세월은
간다는 소리없이 가물거립니다.

잔디에 푸른 물이 들때부터
난 봄을 알았습니다.
다만 코스모스가 설익어 피어있어
물가에 맴 도는 작은 물고기를 보며
이제서야 세월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물가에서 옷을적셔가며
물고기와 같이 여름을 날때는
잠시 지나가는 빗줄기도 멈추고
해오라기 먼 산바라보듯
낚시꾼도 멀리 세월을 바라봅니다.

중랑천은 그리도 길게 흐르지만
아무도 그것을 모릅니다
다만 그 깊은 곳에 숨어있다는
작은 전설속의 깊은 사랑노래는
오늘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같이 힘차게 밟아보는 페달에
강물이 지나가고 작은 정원이 스쳐가도
나는 그 세월을 싫어합니다.
아이의 굳세어짐이 바로 자랑스럽지만
우리는 점차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나도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치며
세상의 노래를 들려주어 봅니다.
다만 구름에 흘러가는 세월이
아직은 다가오지 않길 바랍니다.

긴 밤 하늘에는 달무리 보이는데
작은 별님은 자취마져 없어지고
구름에 비취이는 세상의 그림자
나는 가만히 불러봅니다
그저 세월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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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우리네의 삶도 생각해보고 코스모스의 자태를 뒤로하면서 자전거를 몰고오는 귀갓길은 시원하다.
갈대숲에 바람이 살랑 살랑이고, 무궁화의 웃음이 연실보인다
갸을 코스모스가 아닌 여름 코스모스가 강변의 주변을 장식한다, 이름모를 꽃들도 참으로 화사하다.
잠자리가 하늘을 활공하면서 세상을 내려본다..
해오라기는 오늘도 무엇을 응시하는지, 한쪽만을 처다본다... 머지않아 가을이 올려나?
참으로 많이 식어가는 태양열을 느끼면서 시원한 사워나 하고 일과를 마무리해야겠다.
중랑천에 관한 느낌은 아마도 가을이 올때까지는 이것으로 조용히 일단 마무리하여야 할 것같다.

아름다운 느낌만 간직한체, 오늘을 마무리한다.
중복날이란다.. 일광이 작열한다..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인사를 한다…
주말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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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005.07.26. 21:58
시골에 살고 있는 저보다 훨씬 더
자연과 벗하여 살고 계시는 시인님.
오늘도 님의 글을 미소를 걸면서 읽습니다.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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