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21.11.27 10:24:29 (*.17.0.1)
4693

  며칠 전…….

  급히 볼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동네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 커피 우유 한 잔을 주문했는데 포장 구매해서 들고나오던 중 유리문에 살짝 부딪혔다. 순간 종이컵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혔던지 커피가 반쯤 쏟아져 버렸다. 

 

  나는 바로 안에 들어가서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커피를 반이나 쏟게 했느냐?”고 화를 냈다. 종이컵 뚜껑을 잘못 닫은 그 청년직원은 어눌한 발음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커피 나왔다는 신호의 진동벨이 앞 좌석에서 울렸다. 앞 좌석의 그 아주머니가 커피를 받아서 내게 건네며 하는 말.

 

  “커피라테예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남겨요. 그거 제가 마실께요. 우리 바꿔 마셔요.”

 

  난 그 아주머니가 손에 쥐여준 그분 몫의 커피라테를 들고 도망치듯 나왔다. 

 

  너무 부끄러웠다. 

 

  커피 집에 들를 때마다 문득문득 그때 커피 전문점에서의 상황이 마음속에 늘 그늘로 남아 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 들리는 커피집에 낯선 청년이 새로 와서 일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행동이 느리고 말이 어눌했다. 순간 그 청년을 채용해준 회사가 몹시 고마웠다. 그것은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눈부신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빼앗은 또 한 사람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란 걸 직감했다. 그 아주머니는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있었다. 아주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청년의 어머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발달 장애인 아들의 첫 직장에서 그 아들을 지켜보는 심정이 어떨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흐믓하고 감사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순간 나는 그 아주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저 여기 단골 인데요, 아무 걱정 마세요. 여기 일하는 직원들 다 착하고 좋아요. 아드님도 잘 할 거예요.”

 

  그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이 핑도는 걸 보고 나도 울컥했다.

 

  삶이 아름다운 건 서로 어깨를 내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자의 사람 인(人)자처럼.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몫인 온전한 커피라테를 내어준 아주머니.

 

  코로나19로 인해 몇 개월을 집에 못 들어가서 보고 싶은 어린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울지 않은 간호사.

 

  화재 현장에서 상처를 입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소방관 아저씨.

 

  장사 안 되는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을 까지 않은 시원이 시우 이모.

 

  마스크를 서너 개씩 여분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말없이 내미는 세로, 세주 할머니.

 

 

  이렇게 참으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나는 얼마나 더 검사하고 베풀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남은 인생 얼마나 자주 내 어깨를 내어줄 수 있을까?

 

- 보내온 글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조회 수 3576
가재미 (2)
오작교
2023.02.14
조회 수 3900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오작교
2021.11.27
조회 수 4693
우유 한 잔
바람과해
2021.02.06
조회 수 5296
조회 수 5516
내 마음의 밝은 미소는 (2)
바람과해
2020.12.02
조회 수 5431
배려 (2)
바람과해
2020.09.28
조회 수 5538
너무 보고 싶다 (11)
바람과해
2020.08.08
조회 수 5908
幸福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람과해
2020.06.20
조회 수 5210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마라
바람과해
2020.03.24
조회 수 5538
사랑의 마음 (3)
바람과해
2020.03.10
조회 수 5558
자동차와 여자 (4)
고이민현
2019.12.23
조회 수 5923
술주정/정철호 (6)
고이민현
2018.12.25
조회 수 6301
마음을 바꾸는 힘
바람과해
2018.11.07
조회 수 6406
★ 어느 수도자가 올린 글 ★ (6)
고이민현
2018.07.09
조회 수 6762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2)
바람과해
2018.07.05
조회 수 6296
♥ 치마와 팬티의 역설 ♥ (4)
고이민현
2018.05.09
조회 수 7301
조회 수 6680
허망한 눈맞춤 (4)
고이민현
2018.01.25
조회 수 6800
조회 수 6014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4)
바람과해
2017.12.13
조회 수 4863
멋있는 사람이란
바람과해
2017.05.29
조회 수 5194
할머니의 걱정 (7)
고이민현
2017.03.31
조회 수 4492
조회 수 4629
♧ 성공한 인생이란 ♧
고이민현
2016.12.22
조회 수 4644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 (5)
오작교
2016.10.04
조회 수 4793
♡ 고해성사(男子) ♡ (8)
고이민현
2016.09.09
조회 수 4527
착각 세 가지 ... (1)
데보라
2016.09.02
조회 수 4036
조회 수 6159
내게 너무 착한 남편 (1)
오작교
2016.08.26
조회 수 4000
☞ 웃기는 집안 ☜ (3)
고이민현
2016.08.16
조회 수 4382
정직과 진실만이 성공의 비결 (2)
바람과해
2016.07.26
조회 수 4279
☞ 니 신랑이 아니야 ☜ (4)
고이민현
2016.06.19
조회 수 3992
밤의 불청객 (1)
말코
2016.06.05
조회 수 3720
100세 시대의 수명 이야기 (5)
말코
2016.05.08
조회 수 3683
☎ 사이버 공간의 禮義 ☎ (5)
고이민현
2016.04.15
조회 수 3764
가슴 뭉클하게 하는 실화! (1)
바람과해
2016.03.30
조회 수 3609
어느 여대생의 일기 (5)
고이민현
2016.02.27
조회 수 3767
♣ 나이가 들면/김동길 ♣ (3)
고이민현
2016.02.04
조회 수 3922
8천억 전 재산 장학금으로" (6)
바람과해
2016.01.08
조회 수 2841
丙申年 새해가 밝았네요 (6)
고이민현
2016.01.01
조회 수 2566
가슴 뭉쿨한 이야기 한토막
바람과해
2015.12.16
조회 수 2586
천국으로 가는 길 (4)
오비이락
2015.12.05
조회 수 2595
조회 수 2542
친절한 마음 (1)
오비이락
2015.12.04
조회 수 2322
조회 수 2477
茶와 情 (5)
고이민현
2015.11.16
조회 수 2401
어느 노인의 기막힌 지혜 (2)
바람과해
2015.10.01
조회 수 2648
풍요로운 한가위 (2)
고이민현
2015.09.22
조회 수 2161
가을 향기 기다리며 (2)
머루
2015.09.04
조회 수 2188
돈 보다 귀 한 것 (5)
바람과해
2015.09.01
조회 수 2457
조회 수 2371
조회 수 2781
여보, 사랑해 (3)
오작교
2015.08.06
조회 수 2404
조회 수 2629
우리 어머니가 (2)
바람과해
2015.06.29
조회 수 2406
♣ 가슴 아픈 인생길 ♣ (2)
고이민현
2015.06.14
조회 수 2542
♣ 고스톱은 괴로워 ♣ (4)
고이민현
2015.05.16
조회 수 4561
꽃이 지네 사랑도 지네 (7)
말코
2015.05.09
조회 수 3052
사람을 외모로 취하자 말라
바람과해
2015.05.07
조회 수 2257
봄 속에서 (2)
niyee
2015.04.09
조회 수 2614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9)
尹敏淑
2015.04.03
조회 수 3262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2)
바람과해
2015.03.06
조회 수 2607
◆ 늙어가는 모습 똑같더라 ◆ (8)
고이민현
2015.02.20
조회 수 2738
꿈의 뜨락 / 설향 최경자 (2)
niyee
2015.02.16
조회 수 2503
백세 인생(百歲 人生) (2)
고이민현
2015.01.28
조회 수 3758
♠ 아버지는 가슴으로 운다 ♠ (4)
고이민현
2015.01.01
조회 수 2949
내가 모르고 있는 소중한 것 (2)
바람과해
2014.12.16
조회 수 2678
3등칸에 탄 슈바이쳐 박사
바람과해
2014.12.16
조회 수 2794
☞ 술의 두 얼굴 ☜ (4)
고이민현
2014.12.04
조회 수 2912
총장 이야기
바람과해
2014.10.31
조회 수 2971
니미 뽕~~ 이다 (5)
오작교
2014.10.24
조회 수 3251
너 늙어 봤나 난 젊어 봤단다 (7)
고이민현
2014.10.11
조회 수 4312
90세 노인이 쓰신 글 (2)
오작교
2014.09.28
조회 수 3719
내 안에 흐르는 눈물~~ (12)
Jango
2014.09.11
조회 수 3417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4)
고이민현
2014.07.29
조회 수 3547
6년 후에 오뎅값을 갚은 청년 (2)
바람과해
2014.07.20
조회 수 3257
♠ 노인이 되더라도 ♠ (12)
고이민현
2014.07.11
조회 수 3683
소금 / 류시화 (2)
尹敏淑
2014.06.26
조회 수 3733
♣ 어떤 닭을 원하나요 ♣ (6)
고이민현
2014.06.16
조회 수 33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 (4)
바람과해
2014.06.03
조회 수 3281
25 센트의 기적 (2)
바람과해
2014.06.01
조회 수 3406
가슴 뭉클한 동영상 (3)
바람과해
2014.05.30
조회 수 3297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 보라 (2)
尹敏淑
2014.05.28
조회 수 3207
염일방일 (拈一放一) (4)
바람과해
2014.05.21
조회 수 3326
나의꽃 / 한상경 (1)
尹敏淑
2014.05.16
조회 수 5603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등어
2014.05.15
조회 수 3084
♣ 한걸음 떨어져서 가면 ♣ (6)
고이민현
2014.05.14
조회 수 3014
우유 한 잔의 치료비(실화) (3)
바람과해
2014.05.12
조회 수 2940
돌아와주렴 제발! (5)
오작교
2014.04.19
조회 수 2868
흘린술이 반이다./ 이혜선 (7)
尹敏淑
2014.03.25
조회 수 3377
꿈을 위한 변명 / 이해인 (4)
尹敏淑
2014.02.25
조회 수 3176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10)
尹敏淑
2014.02.19
조회 수 3527
조회 수 2959
나의 겨울 -목련 김유숙 (2)
niyee
2014.01.07
조회 수 267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