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21.11.27 10:24:29 (*.17.0.1)
3972

  며칠 전…….

  급히 볼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동네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 커피 우유 한 잔을 주문했는데 포장 구매해서 들고나오던 중 유리문에 살짝 부딪혔다. 순간 종이컵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혔던지 커피가 반쯤 쏟아져 버렸다. 

 

  나는 바로 안에 들어가서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커피를 반이나 쏟게 했느냐?”고 화를 냈다. 종이컵 뚜껑을 잘못 닫은 그 청년직원은 어눌한 발음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커피 나왔다는 신호의 진동벨이 앞 좌석에서 울렸다. 앞 좌석의 그 아주머니가 커피를 받아서 내게 건네며 하는 말.

 

  “커피라테예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남겨요. 그거 제가 마실께요. 우리 바꿔 마셔요.”

 

  난 그 아주머니가 손에 쥐여준 그분 몫의 커피라테를 들고 도망치듯 나왔다. 

 

  너무 부끄러웠다. 

 

  커피 집에 들를 때마다 문득문득 그때 커피 전문점에서의 상황이 마음속에 늘 그늘로 남아 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 들리는 커피집에 낯선 청년이 새로 와서 일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행동이 느리고 말이 어눌했다. 순간 그 청년을 채용해준 회사가 몹시 고마웠다. 그것은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눈부신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빼앗은 또 한 사람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란 걸 직감했다. 그 아주머니는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있었다. 아주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청년의 어머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발달 장애인 아들의 첫 직장에서 그 아들을 지켜보는 심정이 어떨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흐믓하고 감사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순간 나는 그 아주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저 여기 단골 인데요, 아무 걱정 마세요. 여기 일하는 직원들 다 착하고 좋아요. 아드님도 잘 할 거예요.”

 

  그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이 핑도는 걸 보고 나도 울컥했다.

 

  삶이 아름다운 건 서로 어깨를 내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자의 사람 인(人)자처럼.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몫인 온전한 커피라테를 내어준 아주머니.

 

  코로나19로 인해 몇 개월을 집에 못 들어가서 보고 싶은 어린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울지 않은 간호사.

 

  화재 현장에서 상처를 입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소방관 아저씨.

 

  장사 안 되는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을 까지 않은 시원이 시우 이모.

 

  마스크를 서너 개씩 여분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말없이 내미는 세로, 세주 할머니.

 

 

  이렇게 참으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나는 얼마나 더 검사하고 베풀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남은 인생 얼마나 자주 내 어깨를 내어줄 수 있을까?

 

- 보내온 글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900 고맙습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오작교
2023-05-10 2859
899 가재미 2 file
오작교
2023-02-14 3182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오작교
2021-11-27 3972
897 우유 한 잔
바람과해
2021-02-06 4569
896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입니다 3
바람과해
2021-01-02 4790
895 내 마음의 밝은 미소는 2
바람과해
2020-12-02 4702
894 배려 2
바람과해
2020-09-28 4805
893 너무 보고 싶다 11
바람과해
2020-08-08 5177
892 幸福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람과해
2020-06-20 4483
891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마라 file
바람과해
2020-03-24 4810
890 사랑의 마음 3
바람과해
2020-03-10 4823
889 자동차와 여자 4 file
고이민현
2019-12-23 5178
888 술주정/정철호 6 file
고이민현
2018-12-25 5559
887 마음을 바꾸는 힘
바람과해
2018-11-07 5658
886 ★ 어느 수도자가 올린 글 ★ 6
고이민현
2018-07-09 6014
88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2
바람과해
2018-07-05 5555
884 ♥ 치마와 팬티의 역설 ♥ 4
고이민현
2018-05-09 6557
883 終末った人(끝난 사람)/内館牧子(우치다테 마키코) 2
고이민현
2018-03-06 5942
882 허망한 눈맞춤 4 file
고이민현
2018-01-25 6061
881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때나 분노하지 않는 file
바람과해
2017-12-24 5262
880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4
바람과해
2017-12-13 4133
879 멋있는 사람이란
바람과해
2017-05-29 4461
878 할머니의 걱정 7 file
고이민현
2017-03-31 3766
877 서울신랑과 경상도신부가 국수먹다가 싸운이유 5 file
고이민현
2017-02-07 3900
876 ♧ 성공한 인생이란 ♧ file
고이민현
2016-12-22 3913
875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 5 file
오작교
2016-10-04 4059
874 ♡ 고해성사(男子) ♡ 8 file
고이민현
2016-09-09 3786
873 착각 세 가지 ... 1
데보라
2016-09-02 3299
872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2 file
오작교
2016-08-26 5419
871 내게 너무 착한 남편 1 file
오작교
2016-08-26 3259
870 ☞ 웃기는 집안 ☜ 3
고이민현
2016-08-16 3638
869 정직과 진실만이 성공의 비결 2
바람과해
2016-07-26 3532
868 ☞ 니 신랑이 아니야 ☜ 4
고이민현
2016-06-19 3242
867 밤의 불청객 1 file
말코
2016-06-05 2968
866 100세 시대의 수명 이야기 5 file
말코
2016-05-08 2933
865 ☎ 사이버 공간의 禮義 ☎ 5 file
고이민현
2016-04-15 3020
864 가슴 뭉클하게 하는 실화! 1
바람과해
2016-03-30 2854
863 어느 여대생의 일기 5 file
고이민현
2016-02-27 3011
862 ♣ 나이가 들면/김동길 ♣ 3 file
고이민현
2016-02-04 3645
861 나 찾지마라 아들아...시집가는 딸에게 쓰는 편지 8 file
말코
2016-01-30 4234
860 8천억 전 재산 장학금으로" 6
바람과해
2016-01-08 2563
859 丙申年 새해가 밝았네요 6 file
고이민현
2016-01-01 2288
858 가슴 뭉쿨한 이야기 한토막 file
바람과해
2015-12-16 2306
857 천국으로 가는 길 4
오비이락
2015-12-05 2321
856 물에 뜨는 법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1 file
오작교
2015-12-05 2262
855 친절한 마음 1
오비이락
2015-12-04 2039
854 몸의 치유, 마음의 치유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015-12-01 2030
853 아프지 말아요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015-11-30 2196
852 茶와 情 5 file
고이민현
2015-11-16 2120
851 오작교님 아버님께서 고통없는 곳으로 소천하셨습니다. 25
고운초롱
2015-11-06 2677
850 어느 노인의 기막힌 지혜 2
바람과해
2015-10-01 2370
849 풍요로운 한가위 2 file
고이민현
2015-09-22 1885
848 가을 향기 기다리며 2
머루
2015-09-04 1910
847 돈 보다 귀 한 것 5
바람과해
2015-09-01 2178
846 ☎ 長壽의 秘訣은 親舊의 數와 比例 ☎ 2 file
고이민현
2015-08-29 2093
845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1 file
尹敏淑
2015-08-20 2503
844 여보, 사랑해 3
오작교
2015-08-06 2129
843 순옥씨의 러브레터(동영상)
오작교
2015-07-29 2348
842 우리 어머니가 2
바람과해
2015-06-29 2130
841 ♣ 가슴 아픈 인생길 ♣ 2
고이민현
2015-06-14 2266
840 ♣ 고스톱은 괴로워 ♣ 4 file
고이민현
2015-05-16 4278
839 꽃이 지네 사랑도 지네 7 file
말코
2015-05-09 2776
838 사람을 외모로 취하자 말라
바람과해
2015-05-07 1980
837 봄 속에서 2
niyee
2015-04-09 2333
836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9 file
尹敏淑
2015-04-03 2983
835 가족의 소중함 - 쓰나미 생존자 마리아 벨론 이야기 3
오작교
2015-03-11 2513
834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2
바람과해
2015-03-06 2329
833 ◆ 늙어가는 모습 똑같더라 ◆ 8 file
고이민현
2015-02-20 2458
832 꿈의 뜨락 / 설향 최경자 2
niyee
2015-02-16 2227
831 백세 인생(百歲 人生) 2 file
고이민현
2015-01-28 3478
830 ♠ 아버지는 가슴으로 운다 ♠ 4 file
고이민현
2015-01-01 2675
829 내가 모르고 있는 소중한 것 2
바람과해
2014-12-16 2398
828 3등칸에 탄 슈바이쳐 박사
바람과해
2014-12-16 2513
827 ☞ 술의 두 얼굴 ☜ 4
고이민현
2014-12-04 2634
826 총장 이야기
바람과해
2014-10-31 2691
825 니미 뽕~~ 이다 5 file
오작교
2014-10-24 2972
824 너 늙어 봤나 난 젊어 봤단다 7 file
고이민현
2014-10-11 4031
823 90세 노인이 쓰신 글 2
오작교
2014-09-28 3442
822 내 안에 흐르는 눈물~~ 12
Jango
2014-09-11 3137
821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4 file
고이민현
2014-07-29 3267
820 6년 후에 오뎅값을 갚은 청년 2 file
바람과해
2014-07-20 2973
819 ♠ 노인이 되더라도 ♠ 12
고이민현
2014-07-11 3398
818 소금 / 류시화 2 file
尹敏淑
2014-06-26 3447
817 ♣ 어떤 닭을 원하나요 ♣ 6
고이민현
2014-06-16 3026
8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 4
바람과해
2014-06-03 3000
815 25 센트의 기적 2
바람과해
2014-06-01 3120
814 가슴 뭉클한 동영상 3
바람과해
2014-05-30 3010
813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 보라 2 file
尹敏淑
2014-05-28 2925
812 염일방일 (拈一放一) 4
바람과해
2014-05-21 3036
811 나의꽃 / 한상경 1 file
尹敏淑
2014-05-16 5315
810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등어
2014-05-15 2792
809 ♣ 한걸음 떨어져서 가면 ♣ 6 file
고이민현
2014-05-14 2721
808 우유 한 잔의 치료비(실화) 3
바람과해
2014-05-12 2646
807 돌아와주렴 제발! 5
오작교
2014-04-19 2576
806 흘린술이 반이다./ 이혜선 7 file
尹敏淑
2014-03-25 3083
805 꿈을 위한 변명 / 이해인 4 file
尹敏淑
2014-02-25 2872
804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10 file
尹敏淑
2014-02-19 3229
803 오늘은 내게 선물입니다 -詩 김설하 2
niyee
2014-02-11 2664
802 나의 겨울 -목련 김유숙 2
niyee
2014-01-07 2379
801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감독오빠의 생신을 축하해주세욤~^^ 17 file
고운초롱
2014-01-06 2514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