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세상 살아가는 좋은 이야기, 좋은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올려주세요.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가재미

오작교 6669

0

2

10.jpg

 

 

가재미___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물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11.jpg

 

 
신고공유스크랩
2
바람과해 2023.02.15. 07:04

가재미 읽고나니

내 가슴이 서글퍼지네요

하루속히 쾌유를 빕니다.

수혜안나 2023.03.02. 00:36

그렇게 곁에서 누군가

함께 호흡이 되어 준다는 것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녀가 부럽기만 한 걸요 ㅎ

글이 너무 예뻐요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900
normal
오작교 23.05.10.09:55 6342 0
file
오작교 23.02.14.09:58 6669 0
898
normal
오작교 21.11.27.10:24 7413 0
897
normal
바람과해 21.02.06.08:31 7941 +2
896
normal
바람과해 21.01.02.12:10 8189 0
895
normal
바람과해 20.12.02.10:29 8152 0
894
normal
바람과해 20.09.28.12:23 8297 0
893
normal
바람과해 20.08.08.12:05 8587 0
892
normal
바람과해 20.06.20.08:05 7913 0
891
file
바람과해 20.03.24.11:39 8164 0
890
normal
바람과해 20.03.10.11:59 8258 0
889
image
고이민현 19.12.23.17:51 8620 0
888
file
고이민현 18.12.25.15:15 8978 0
887
normal
바람과해 18.11.07.06:01 9065 0
886
normal
고이민현 18.07.09.12:21 9458 0
885
normal
바람과해 18.07.05.03:26 8981 0
884
normal
고이민현 18.05.09.13:19 10008 0
883
image
고이민현 18.03.06.10:03 9455 0
882
file
고이민현 18.01.25.19:19 9466 0
881
file
바람과해 17.12.24.12:08 872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