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오작교
2023.02.14 09:58:14 (*.17.0.1)
5327

10.jpg

 

 

가재미___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물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11.jpg

 

 
댓글
2023.02.15 07:04:32 (*.17.0.1)
바람과해

가재미 읽고나니

내 가슴이 서글퍼지네요

하루속히 쾌유를 빕니다.

댓글
2023.03.02 00:36:15 (*.17.0.1)
수혜안나

그렇게 곁에서 누군가

함께 호흡이 되어 준다는 것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녀가 부럽기만 한 걸요 ㅎ

글이 너무 예뻐요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900 고맙습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오작교
2023-05-10 5012
가재미 2 file
오작교
2023-02-14 5327
898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오작교
2021-11-27 6090
897 우유 한 잔
바람과해
2021-02-06 6601
896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입니다 3
바람과해
2021-01-02 6896
895 내 마음의 밝은 미소는 2
바람과해
2020-12-02 6822
894 배려 2
바람과해
2020-09-28 6946
893 너무 보고 싶다 11
바람과해
2020-08-08 7278
892 幸福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람과해
2020-06-20 6612
891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마라 file
바람과해
2020-03-24 6866
890 사랑의 마음 3
바람과해
2020-03-10 6966
889 자동차와 여자 4 file
고이민현
2019-12-23 7318
888 술주정/정철호 6 file
고이민현
2018-12-25 7698
887 마음을 바꾸는 힘
바람과해
2018-11-07 7754
886 ★ 어느 수도자가 올린 글 ★ 6
고이민현
2018-07-09 8162
88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2
바람과해
2018-07-05 7676
884 ♥ 치마와 팬티의 역설 ♥ 4
고이민현
2018-05-09 8701
883 終末った人(끝난 사람)/内館牧子(우치다테 마키코) 2
고이민현
2018-03-06 8109
882 허망한 눈맞춤 4 file
고이민현
2018-01-25 8217
881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때나 분노하지 않는 file
바람과해
2017-12-24 7404
880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4
바람과해
2017-12-13 6364
879 멋있는 사람이란
바람과해
2017-05-29 6689
878 할머니의 걱정 7 file
고이민현
2017-03-31 5938
877 서울신랑과 경상도신부가 국수먹다가 싸운이유 5 file
고이민현
2017-02-07 6140
876 ♧ 성공한 인생이란 ♧ file
고이민현
2016-12-22 6138
875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 5 file
오작교
2016-10-04 6307
874 ♡ 고해성사(男子) ♡ 8 file
고이민현
2016-09-09 5996
873 착각 세 가지 ... 1
데보라
2016-09-02 5528
872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2 file
오작교
2016-08-26 7584
871 내게 너무 착한 남편 1 file
오작교
2016-08-26 5455
870 ☞ 웃기는 집안 ☜ 3
고이민현
2016-08-16 5906
869 정직과 진실만이 성공의 비결 2
바람과해
2016-07-26 5783
868 ☞ 니 신랑이 아니야 ☜ 4
고이민현
2016-06-19 5471
867 밤의 불청객 1 file
말코
2016-06-05 5240
866 100세 시대의 수명 이야기 5 file
말코
2016-05-08 5182
865 ☎ 사이버 공간의 禮義 ☎ 5 file
고이민현
2016-04-15 5236
864 가슴 뭉클하게 하는 실화! 1
바람과해
2016-03-30 5085
863 어느 여대생의 일기 5 file
고이민현
2016-02-27 5202
862 ♣ 나이가 들면/김동길 ♣ 3 file
고이민현
2016-02-04 5263
861 나 찾지마라 아들아...시집가는 딸에게 쓰는 편지 8 file
말코
2016-01-30 5769
860 8천억 전 재산 장학금으로" 6
바람과해
2016-01-08 4205
859 丙申年 새해가 밝았네요 6 file
고이민현
2016-01-01 3837
858 가슴 뭉쿨한 이야기 한토막 file
바람과해
2015-12-16 3895
857 천국으로 가는 길 4
오비이락
2015-12-05 3925
856 물에 뜨는 법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1 file
오작교
2015-12-05 3777
855 친절한 마음 1
오비이락
2015-12-04 3633
854 몸의 치유, 마음의 치유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015-12-01 3657
853 아프지 말아요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2 file
오작교
2015-11-30 3804
852 茶와 情 5 file
고이민현
2015-11-16 3727
851 오작교님 아버님께서 고통없는 곳으로 소천하셨습니다. 25
고운초롱
2015-11-06 4303
850 어느 노인의 기막힌 지혜 2
바람과해
2015-10-01 3946
849 풍요로운 한가위 2 file
고이민현
2015-09-22 3438
848 가을 향기 기다리며 2
머루
2015-09-04 3518
847 돈 보다 귀 한 것 5
바람과해
2015-09-01 3734
846 ☎ 長壽의 秘訣은 親舊의 數와 比例 ☎ 2 file
고이민현
2015-08-29 3695
845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1 file
尹敏淑
2015-08-20 4148
844 여보, 사랑해 3
오작교
2015-08-06 3679
843 순옥씨의 러브레터(동영상)
오작교
2015-07-29 3981
842 우리 어머니가 2
바람과해
2015-06-29 3740
841 ♣ 가슴 아픈 인생길 ♣ 2
고이민현
2015-06-14 3857
840 ♣ 고스톱은 괴로워 ♣ 4 file
고이민현
2015-05-16 5905
839 꽃이 지네 사랑도 지네 7 file
말코
2015-05-09 4359
838 사람을 외모로 취하자 말라
바람과해
2015-05-07 3628
837 봄 속에서 2
niyee
2015-04-09 3919
836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9 file
尹敏淑
2015-04-03 4574
835 가족의 소중함 - 쓰나미 생존자 마리아 벨론 이야기 3
오작교
2015-03-11 4115
834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2
바람과해
2015-03-06 3918
833 ◆ 늙어가는 모습 똑같더라 ◆ 8 file
고이민현
2015-02-20 4090
832 꿈의 뜨락 / 설향 최경자 2
niyee
2015-02-16 3781
831 백세 인생(百歲 人生) 2 file
고이민현
2015-01-28 5066
830 ♠ 아버지는 가슴으로 운다 ♠ 4 file
고이민현
2015-01-01 4266
829 내가 모르고 있는 소중한 것 2
바람과해
2014-12-16 3997
828 3등칸에 탄 슈바이쳐 박사
바람과해
2014-12-16 4195
827 ☞ 술의 두 얼굴 ☜ 4
고이민현
2014-12-04 4226
826 총장 이야기
바람과해
2014-10-31 4314
825 니미 뽕~~ 이다 5 file
오작교
2014-10-24 4561
824 너 늙어 봤나 난 젊어 봤단다 7 file
고이민현
2014-10-11 5603
823 90세 노인이 쓰신 글 2
오작교
2014-09-28 5044
822 내 안에 흐르는 눈물~~ 12
Jango
2014-09-11 4752
821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4 file
고이민현
2014-07-29 4853
820 6년 후에 오뎅값을 갚은 청년 2 file
바람과해
2014-07-20 4565
819 ♠ 노인이 되더라도 ♠ 12
고이민현
2014-07-11 4955
818 소금 / 류시화 2 file
尹敏淑
2014-06-26 5012
817 ♣ 어떤 닭을 원하나요 ♣ 6
고이민현
2014-06-16 4655
8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 4
바람과해
2014-06-03 4597
815 25 센트의 기적 2
바람과해
2014-06-01 4730
814 가슴 뭉클한 동영상 3
바람과해
2014-05-30 4600
813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 보라 2 file
尹敏淑
2014-05-28 4477
812 염일방일 (拈一放一) 4
바람과해
2014-05-21 4605
811 나의꽃 / 한상경 1 file
尹敏淑
2014-05-16 6911
810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등어
2014-05-15 4423
809 ♣ 한걸음 떨어져서 가면 ♣ 6 file
고이민현
2014-05-14 4340
808 우유 한 잔의 치료비(실화) 3
바람과해
2014-05-12 4237
807 돌아와주렴 제발! 5
오작교
2014-04-19 4189
806 흘린술이 반이다./ 이혜선 7 file
尹敏淑
2014-03-25 4730
805 꿈을 위한 변명 / 이해인 4 file
尹敏淑
2014-02-25 4547
804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10 file
尹敏淑
2014-02-19 4854
803 오늘은 내게 선물입니다 -詩 김설하 2
niyee
2014-02-11 4313
802 나의 겨울 -목련 김유숙 2
niyee
2014-01-07 4004
801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감독오빠의 생신을 축하해주세욤~^^ 17 file
고운초롱
2014-01-06 4171

로그인